“몰입의 순간에 폰은 잠시 내려 두세요.”
최근 통신 업계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는 캠페인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이 통신사의 서비스 홍보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17일 선보인 MZ 세대 디지털 습관 개선 캠페인 ‘몰입의 순간에 접속해’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무약정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납형 요금 기반 통신 플랫폼 ‘너겟’을 홍보하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를 내세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신호를 차단하는 ‘스톨프 폰 박스’를 추첨으로 증정,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LG유플러스 측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는 2030 세대에게 스마트폰 과의존을 방지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전했습니다.
SK텔레콤도 지난 2월 서울 홍대 소재 ICT 복합 문화공간인 T팩토리에서 독특한 체험형 전시인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 드립니다’를 열었습니다. 목욕탕처럼 꾸며진 T팩토리에 들어서면, ‘도파민 중독 자가진단’ 질문지를 받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제출하면 목욕탕 열쇠를 받아 본격적으로 디지털 디톡스 체험을 합니다. SK텔레콤 측은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독소를 없애는 것처럼 전시 공간을 통해 도파민을 해소한다는 의미로 꾸몄다”면서 “체험형 전시를 통해 청년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통신사들의 캠페인·이벤트에는 ‘MZ 세대 공략’이라는 표면적인 목표보다 더 깊은 속내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MZ 세대를 넘어 스마트폰 사용을 더욱 조심해야 하는 연령대를 공략하기 위함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는 그야말로 ‘디지털 중독’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뇌 발달이 활발한 영유아 및 청소년기에 대해서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더욱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3세 미만 영상 시청 금지, 13세까지 스마트폰 소지 금지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영국은 지난해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도록 ‘온라인 안전법’을 발의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18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해 하루 2시간 스마트폰 제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서히 정부 차원의 대책을 준비 중인 상황입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숏폼(짧은 영상) 구독자 중 23%가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10대 청소년이 36.7%로 가장 많았고 만 3~9세 유아동(34.7%)이 뒤를 이었습니다. 연령대별 과의존 의험군 비율도 청소년(40.1%), 유아동(25%)이 높았습니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SNS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한 도파민 디톡스가 한 때의 유행처럼 지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1차적으로는 MZ 세대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이지만, 넓게 보면 그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