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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좁다 미국으로”…나스닥 문 두드리는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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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미국 자본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도 미국 증시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시장보다 규모가 거대한 미국시장 상장으로 막대한 자금 확보를 노리겠다는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준비 비용에 대한 부담과 함께 퇴출에 대한 위험요소가 존재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상장을 노리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 DALL·E
미국 상장을 노리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 DALL·E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GC셀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가 나스닥 상장을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아티바는 지난해 기준 GC셀이 26%, 녹십자홀딩스가 19.1%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기업이다.

앞서 아티바는 3년전 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자진 철회한 바 있으나, 올해 미 증시 도전을 재개했다. 만약 아티바가 상장된다면 ‘ARTV’라는 종목코드(Ticker)로 거래된다.

이번에 제출한 증권신고서 내용을 보면, 아티바는 주당 14~16달러 가격에 870만 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회사가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에는 목표 금액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달 해당 금액을 공개했다.

아티바는 최종 가격의 중간까지 떨어진다 해도 1억1680만 달러(1614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동일한 가격 15달러에 추가로 130만주를 매수할 수 있는 30일 옵션을 행사한다면 1억3500만달러(1865억원)에 달하는 순수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아티바는 현재 루푸스 신염 치료제 ‘AlloNK(AB-101)’ 등을 개발 중이다. AB-101은 동결보존한 제대혈에서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로,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에 지정되기도 했다.

아티바는 올해 4월 AlloNK 임상 1상 중 첫 번째 환자에게 투여하는 등 역대 미국 임상 중 처음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동종 이종성 기성형 NK세포 치료제’를 투여하는 시험을 시작했다.

아티바는 재발성·불응성 비호지킨 림프종(B-NHL) 환자를 대상으로 한 1/2상 임상시험에서 리툭시맙과 AlloNK의 병용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3월 26일 기준 혈액 샘플을 분석한 총 29명의 환자 모두 임상 치료 시작 8일만에 기준치 대비 말초혈 B세포 수치가 측정 불가할 정도로 감소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업계는 아티바가 미국 상장을 통해 얻은 자본금으로 AlloNK 임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도 미국 나스닥 시작 상장을 노리고 있다.

올해 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킬 계획”이라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활용해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출자에 사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상장으로 확보한 5조원 가량의 시드머니를 헬스케어 펀드에 출자, 해외 투자자들을 대규모로 유치해 100조원 펀드를 결성해 국내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돕겠다며 세부적인 금액도 제시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부터 그룹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 이후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하는 기업 대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을 달성한 뒤 서 회장은 지주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시켜 투자사로 확립시킨 뒤 그룹 미래를 책임질 대규모 R&D에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들이 미국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7년부터 2024년까지 17년의 코스피 수익률은 39.6%에 불과했다. 사실상 코스피 ‘3000 시대’를 열었던 2020~2021년 코로나 때를 제외하면, 1년에 2.2%씩 성장한 셈이다.

또 미국 증시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 대부분이 현지 시장을 주요 전략지로 두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자금 조달이 유리하다는 이점을 갖게 된다. 미국 상장사 타이틀을 얻게 되면 추후 FDA 승인과 글로벌 영업 활동이 수월해 진다는 점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 자본시장 상장이 국내에 비해 비용적 부담이 높으며, 나아가 주가 관리에 실패할 시 퇴출당할 리스크(위험)가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주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 2024)에서 ‘글로벌 IPO 시장 트렌드와 기회’를 주제로 IPO 전략을 공유한 정승원 삼일회계법인(PwC) 파트너는 “한국과 비교해 미국 상장 시 스폰서 및 전문가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며 “돈을 더 많이 쓰더라도 미국에 상장하겠다고 하는 다짐은 문제없으나, 이후 주가 관리 등이 필요하므로 여러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원 파트너는 “미국 상장 기준에 맞게 회계감사(audit)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감사 기준이 따로 있어서 한국인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복잡한 점이 많아 상당한 시간이 투입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소위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은 옳지만 국내 시장이 아닌 곳에서 한국 기업이 대대적인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존재 한다”면서도 “국내 바이오 기업 다수가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점은 한국 내수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성공만 한다면 K-바이오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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