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추진, 왓챠 월 흑자 달성
민주당, ‘OTT 방발기금 부과’ 법안 발의
국내 OTT “기존 사업자엔 사업권 주는데
우리한텐 의무만 강화…국내 역차별 우려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 공세에 맞서 각자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회가 OTT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OTT 업계에 따르면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을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개별적으로 경쟁하기 쉽지 않자 지난해 말부터 합병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양사는 주요 주주들의 이견 하나하나를 조율해왔으며, 현재는 합병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과 웨이브가 매년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웨이브는 콘텐츠 투자 효율을 높여 지난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드라마, 영화 장르보다 예능,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장르에 집중하며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작년 웨이브 영업손실은 791억원으로 전년(1178억원) 대비 약 33% 감소했다.
왓챠는 최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월 기준 손익분기점 달성했다. 2022년 말부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예산 집행을 최소화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 결과다.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편수를 최소화하고, 연간 마케팅 집행 비용을 90% 이상 축소했으며, 새 비즈니스 모델인 콘텐츠 개별 구매 서비스를 시작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2일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 티빙 등 OTT를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을 징수대상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OTT 사업자들도 전년도 매출액의 1% 이내에서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게 골자다.
조인철 의원은 “그동안 법적 미비로 방송통신 진흥의 책임을 기존 사업자에만 한정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미디어 환경과 영향력이 변화한 만큼, 무임승차 해온 OTT도 공공재원에 기여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 진흥과 콘텐츠 제작 등을 목적으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통신사 등이 내는 부담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방발기금 관련 연구용역 발주하는 등 국내외 OTT 사업자에 대한 방발기금 부과를 고려한 바 있다. OTT 등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방발기금 부과가 기존 사업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며, 국내와 해외 사업자간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기존 지상파, 종편 등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사업자에게 적용하던 의무를 무한경쟁 시장의 OTT 기업들에 부과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본사와의 거래비용으로 조정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를 미루어 보아 방발기금 부과 역시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방송통신법이 낡은 만큼 하나하나 손봐야하는데 조인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전체적인 법률체계에 대한 고심보다는 기금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고찰이 더 필요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 사업자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OTT 사업자들이 적자인 상황에서 기금까지 내면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계획대로라면 또 다른 OTT 규제법인 ‘통합미디어법’은 올해 하반기 발의될 예정이다. 통합미디어법은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OTT를 아우르는 법이다. 방송법과 IPTV법, OTT를 관할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정비해 통합 입법하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20년 넘도록 제자리에 있는 방송법을 손보고,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OTT를 제도권 안으로 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논의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통합미디어법 추진 의지를 밝힌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성과 없이 임기를 끝내면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정부와 야당이 방통위원장 임명 및 방통위 구성을 놓고 장기간 갈등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안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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