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뉴스는 쏟아지고 있지만 맥락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 즉문즉답’ 코너를 통해 미디어 업계의 뜨거운 쟁점 현안을 질의응답 방식으로 해설합니다. <편집자주>
‘사이버렉카’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어김없이 달려오는 ‘렉카’ 차량처럼 조회수가 되는 현안이 생기면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일부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최근 구제역 등 일부 유튜버들이 유튜버 쯔양의 약점을 잡아 돈을 갈취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이버렉카’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선 넘는 행보를 보인 인터넷방송 문제가 반복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걸까요?
– 시민들 생각은 어떤가요?
사이버렉카에 시민들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월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렉카가 사회적 문제라는 데 응답자 92%가 동의했습니다. 응답자 94.3%는 사이버렉카 등 유명인 명예훼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이어 피해자 구제제도 강화(93.4%)·플랫폼 자율규제 강화(88.2%)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유튜브와 관련한 규제, 어떤 것이 있나요?
그간 사회적으로 논의된 규제 방안은 △유튜브를 방송법에 편입하거나 뉴미디어를 포괄하는 새로운 미디어법 제정 △유튜브에 대한 이용자위원회 강제 등 관리를 강화하는 규제 방안 마련 △인터넷 실명제 및 준실명제 도입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은 분쟁조정 강화 △형법상 관련 처벌 강화 등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언론은 유튜브와 방송을 비교하며 규제 사각지대라고 봅니다. “유튜브는 방송에 해당하지 않아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자율 규제로 운영된다”(경향신문), “유튜브는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아 강제성 없는 자율 규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도 사각지대로 꼽히는 이유다”(중앙일보) 등입니다.
– 유튜브도 ‘방송법’으로 규제해야 하지 않나요?
유튜브를 방송법에 포함하는 규제가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규제하기 위해선 같은 ‘형식’인 인터넷 콘텐츠 모두 규제해야 하는데 전반적 과잉규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심의 규제를 도입하게 되면 정치적인 기구라고 비판을 받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튜브 콘텐츠까지 ‘공정성’ 등을 잣대로 심의하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사실 방송 콘텐츠를 사실상의 행정기구가 일일이 심의하는 민주주의 국가 자체를 찾기 힘듭니다. 여러 대책을 논의할 필요성은 있지만 ‘방송법’에 편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현실화하기엔 우려가 큰 것이죠.
– 다른 방법의 대책은 없나요?
‘처벌 강화’ 측면에선 형법을 보완하거나 수사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 게시자에 대해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고 범죄 수익 환수,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밝히는 등 적극 수사를 당부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금전 갈취에 따른 형법상 공갈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고요. 사이버렉카 행위에는 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죄가 성립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 유튜버에 대한 판결은 어떻게 내려지고 있나요?
유튜버에 대한 판결을 통계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적 물의가 이어지자 재판부도 이 점을 고려하는 경향은 있습니다.
과거 ‘민식이법’에 반대하면서 고 김민식 군의 부모에 관한 허위 주장을 했다가 재판으로 넘겨진 유튜버가 있는데요. 의정부지방법원은 2021년 유죄 판결을 내리며 “전파성과 파급력이 매우 높은 유튜브 방송을 이용”한 점을 언급하며 “구독자가 약 11만 명에 이르고, 업로드한 영상의 조회수도 최대 10만 회가 넘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허위 주장을 올렸다가 기소된 다른 유튜버 사건에서 재판부는 “여론형성에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갖는 유튜브”라고 했습니다. 재판부도 유튜브 콘텐츠의 책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과거 손석희 JTBC 사장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던 유튜버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 유럽에는 유튜브 규제가 있다는데요?
EU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마련한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이 있습니다. 유럽의 새로운 인터넷서비스 규제로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엑스 등 19개 사업자가 대상인데요. 그러나 이 규제는 개별 표현물에 대한 심의규제가 아닌 절차를 규정하는 내용입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인지하면 신속하게 제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문제적 콘텐츠 등에 대한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완화하는 조치를 마련하는 의무를 부여합니다. 즉, 삭제 기준을 분명히 밝히거나 신고에 기반해 처리하고 결과를 공개하기만 하면 별도의 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관련 규제를 국내에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도입된다고 해서 사이버렉카가 근절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인지해야 합니다.
– 유튜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유튜브의 문제적 콘텐츠에 대한 대응은 그동안 소극적이고,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논란이 되자 유튜브가 최근 사이버렉카로 지목된 채널들에 수익중단 조치를 내렸는데요. 유튜브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폭력적 또는 노골적 콘텐츠 △괴롭힘 △증오성 또는 악의적 콘텐츠 △폭력조장 등을 금지합니다. 규정 위반 채널에는 경고, 수익창출 중단, 채널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합니다.
규정은 꼼꼼하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는 규정 위반이 확실해 보이는데 이렇다 할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튜브는 기자들에게 특정 채널에 대한 조치 여부를 밝히지도 않습니다. 한국 콘텐츠를 담당하는 모니터 인력 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표현물을 다루는 만큼 딜레마가 있겠지만 적극 대응하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는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 언론은 사이버렉카 논란에서 자유로울까요?
2019년 인터넷방송 진행자 잼미가 남성 비하 제스처 논란 등이 잇따른 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잼미에게 낙인이 씌워질 당시 사흘간 네이버에 실린 관련 기사는 135건에 달했습니다. 인사이트, 위키트리뿐 아니라 주요 언론사들의 ‘온라인대응팀’의 기사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온라인대응 담당 기자들을 취재해 보니 그들은 “일단 받아쓰게 된다. 언론이 다룰만한 주제인지 고민할 시간도 없다.” “유명인에 대한 내용이 있으면, 그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지 않고 일단 받아 쓴다”고 밝혔습니다. 클릭이 곧 돈이 되는 시스템 때문이죠.
언론재단 설문에서 유명인의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물은 결과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라는 응답이 92%에 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언론 보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인데요. 지금도 사이버렉카 역할을 하는 일부 유튜버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거나, 근거가 부실한 의혹 제기임에도 스피커를 달아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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