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범수 창업자에 구속영장 청구
지난 9일 고강도 밤샘조사 후 8일만
내부 신사업 제동·쇄신 작업 표류 우려
카카오게임즈 등 일부 계열사 매각설에 술렁
최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 기로에 섰다.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카카오가 일부 계열사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카카오 그룹사 내부 불안감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를 벌인지 8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 이상으로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소환조사 당시 카카오가 SM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승인한 바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단은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및 용인한 바가 없다. 이 건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며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지만 검찰이 최대 주주인 김 위원장에 ‘구속영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 카카오 사내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부터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와 함께 카카오 공동체 전반의 쇄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으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핵심 경영진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그룹이 위태로워지자 1년 8개월 만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올해 카카오는 그룹사 재정비와 함께 인공지능(AI) 중심 신사업으로 재도약을 모색하려던 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하려던 사업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끌던 그룹 쇄신 작업도 표류할 수 있다.
불안감은 계열사까지도 퍼지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부인했지만 최근 시장에서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내 분위기가 더욱 술렁이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지적받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핵심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카카오VX(골프 예약 플랫폼)를 비롯해 핵심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 법인이 시세조종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계열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도 잃게 된다. 검찰 조사 향방에 따른 업계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는데, 인터넷 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 횡령·배임 등 의혹까지 총 4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