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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간 이어진 한미약품 경영 분쟁…오너일가 모두 경영권 내려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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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년 이상 경영권 분쟁을 펼친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가 다툼을 종료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밑 작업에 돌입했다.

수년간 기업을 이끌던 창업주 부부의 퇴장에 이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공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영 일선에 머물 것이라고 주장하던 오너일가 형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그룹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중심으로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을 일단락 시켰다고 밝혔다. 이로써 OCI와 한미약품그룹 통합을 시작으로 반년 이상 갈등을 이어온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일가족이 진정한 단합을 이룰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 경영진은 이달 신 회장과 모녀 주식 444만4187주(지분 6.5%)를 1644억원에 매도하고 공동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매매계약 및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으로 모녀 특수관계인 지분이 전체 의결권의 과반을 넘으면서 업계 내에서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대항하는 새로운 경영권 분쟁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송 회장이 경영 일선에 물러남과 동시에 다음 세대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선언,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지배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며 가족간 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송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타계 직후 그룹 사령탑에 오른 지 4년 만에 용퇴를 결정한 것이다.

해당 발표 이후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창업주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가 “한미약품그룹 가족 간 불협화음이 봉합됐다”며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하며 형제 측 뜻도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동국 회장과 임종윤 이사 측은 분쟁 중반기에 동맹을 맺으며 형제 중심 경영의 시작을 알렸으나, 한미사이언스 내에서 오너일가의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신 회장이 모녀와도 손을 잡고 분쟁 종료를 위한 최종 선택을 하게된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 한양정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 한양정밀

즉,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 통합 당시에도 키맨으로 등장한 바 있는데 오너일가 갈등 종식을 위한 핵심인물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신 회장은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와 오랜 관계를 지속하며 회사의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오랜 기간 오너일가가 존경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신 회장은 모녀의 지분 계약에 대해 “최근 한미약품 모녀(송영숙, 임주현)가 보유한 일부 지분에 대한 매입은 상속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편, 한미약품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었다”며 한미약품의 조속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행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과 임 이사는 “과거 단순히 회장, 대표이사의 수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위원회와 고문단 등 각계 전문경영인을 경험한 최고의 인력풀을 놓고 모든 주주들이 바라는 밸류업을 견제와 투명성, 스피드를 더해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데 필요한 인적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은 오너일가가 아닌 신 회장이 키를 잡고 경영 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그룹 주요 기업인 한미약품은 박재현 단독대표 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가 기업 주요 이사진에 합류한 이후 대표이사를 넘겨받는 형식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지만, 경영 일선에서 오너일가가 빠진다는 철학을 따르기 위해서는 기존 전문경영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진을 통해 대표로 선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한미약품 정관에선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 결의로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종윤 이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되려면 최소 6인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들 중 4인 이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어야 하지만 현재 임종윤 이사에 유리한 표는 임종윤·임종훈 사내이사와 남병호 사외이사 등 3인뿐이다.

특히 박재현 대표는 송영숙 회장이 선임한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된 바 있다. 사내이사로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로, 오너일가가 경영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박 대표 체제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를 이끌고 있는 오너일가 차남 임종훈 대표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분쟁이 형제 측의 승리로 결정된 당시 송영숙 회장과 공동대표로 기업 사령탑이 된 임종훈 대표는 몇 주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어머니 송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한 바 있다.

임종윤(왼쪽), 임종훈 한미약품그룹 형제. / 임종윤 측

이렇듯 마지막 경영권을 쥐고 있는 임종훈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분쟁을 일단락 시키는 최종 결과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셈이다. 한미사이언스는 가까운 시일 내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종윤 이사와 신동국 회장이 고려하던 해외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신 회장은 “임성기 전 회장 일가 중 그 누구도 한미약품을 해외에 매각할 뜻이 없다”며 “해외에 매각한다는 것은 국민제약회사인 한미약품 정체성에도 반하는 것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외부 투자 유치가 필수적인 만큼, 오너일가의 단합을 시장에 알리며 대규모 투자유치를 지속하되 일부분 해외 투자도 어느 정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이 안정성을 찾는 유일한 길은 오너 중 누가 경영권을 잡느냐가 아닌 오너일가가 한마음 한뜻이라는 점을 시장에 알려 하루 빨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오너 중 경영 일선에 누가 앉던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큼으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조만간 사령탑에서 물러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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