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가 신작 대신 이미 개봉한 다양한 작품을 재개봉하는 데 주력한다. 영화관 개봉 및 OTT 진출도 못한 채 창고에 쌓여있는 영화만 수십편인데도 멀티플렉스 3사의 선택은 재개봉을 비롯한 클라이밍, 팬미팅, 콘서트다. 이유를 살펴봤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3사는 6월부터 ‘건축학개론’, ‘아가씨 확장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소년 시절의 너’, ‘클래식’, ‘기쿠지로의 여름’ 등 다양한 기존 개봉작을 재상영하고 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자체 기획전 형태로, 메가박스는 OTT 통합 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와 ‘당신이 원하는 영화(당.원.영)’라는 협업 기획전 방식으로 진행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멀티플렉스 3사는 재개봉 영화에 보통 30개쯤의 스크린을 할당했다.
재개봉 작품 한 편이 하루 평균 전국 영화관 30곳쯤에서 한 번 정도 상영된 셈이다. 물론 재개봉 작품 스크린 수를 다 합쳐도 ‘인사이드아웃2’처럼 5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에 할당된 스크린보다 적다. 인사이드아웃2는 개봉일 기준 2177개의 스크린에서 1만241회 상영됐다.
업계는 이런 방식으로 옛날 영화를 재개봉하거나 콘서트·팬미팅·클라이밍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 스크린을 활용하는 이유로 기회 비용을 꼽는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신작 영화는 개봉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반면 재상영 작품은 처음 개봉 당시 성적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가박스처럼 재상영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 수요를 사전 조사해 스크린을 할당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콘서트나 팬미팅 같은 영화관 신사업은 이미 존재하는 해당 콘텐츠 팬덤을 대상으로 한다. 정보가 부족한 신규 개봉작보다 사업 부담은 적은데 유인 효과는 보장된다. 멀티플렉스 업계가 콘텐츠 산업의 특징인 ‘고위험 고수익(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저위험 저수익(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전환을 시작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콘텐츠가 더 효율적으로 고객을 영화관에 오게 만들지 고민하면서 기회비용을 판단하는 것이다”라며 “영화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는 건, 그 콘텐츠를 보러 온 김에 영화도 같이 봐줬으면 하는 전략도 담겼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영화관에도 비수기가 있는데 비수기라고 상영관을 놀게 할 수는 없다. 어떤 작품을 상영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보면 기획전이 나온다”며 “영화관이 이런 영화를 틀면 관객이 많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보다, 관객이 보고픈 작품을 상영하면 더 많은 관객을 유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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