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내수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을 이끌며 경쟁력을 입증한 중국산 전기차들은 한국 전기차 시장 진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인 중국 비야디(BYD)의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이 임박한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들이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상용차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승용 부분까지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내수 시장을 통해 자국 전기차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중국이 글로벌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14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약 60%가 중국 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비야디의 경우 2020년 17만대였던 판매량이 2021년에는 61만대로 성장했고 2023년에는 290만대를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갔다. 스타트업 업체인 ▲리오토(Li Auto) ▲샤오펑(XPENG) ▲니오(NIO)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수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 MG(Morris Garages), 지리(Geely)는 유럽을 주 무대로 삼고 준중형급 모델을 선보이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MG는 ‘MG-4’를 통해 꾸준히 유럽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MG는 지난해 유럽에서 13만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08% 성장했다. 비야디의 전기차 보급이 많지 않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작전을 펼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산 전기차는 한국 전기버스 시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버스 중 40%가 중국산 전기버스다.
비야디는 한국 진출을 위해 지난 2016년 한국법인인 ‘BYD 코리아’를 설립했고 이후 지게차와 C6, K9과 같은 전기버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살폈다. 이후 2020년에는 GS글로벌과 수입사 계약을 체결하며 1톤 전기트럭 T4K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알려왔다.
지리자동차 한국 전기 상용차 시장에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리는 최근 한국모터스그룹과 손을 잡고 국내 전기버스 및 상용차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 지리자동차는 ▲12미터(m)급 전기버스를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의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에 필요한 ▲7m급 ▲8m급 ▲11m급 전기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 상용차 시장에 집중하고 있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 승용차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비야디는 전기 세단 씰과 전기 SUV 돌핀, 아토를 포함한 6종의 친환경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는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관세 상승으로 인해 수출길이 막혀 한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1호 전시장을 차릴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향후 매장을 지방으로도 확대하고 2026년까지 전국에 70여 개의 전시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딜러사도 이미 정해졌다. 서울 강남과 강동 지역은 한성자동차가 담당하며 서울 서초와 경기 성남·수원·통탄은 도이치모터스가 맡게 된다. 또 서울 강북과 경기 의정부·고양은 세영모빌리티가, 서울 목동과 인천 경기 안양은 삼천리모터스가 담당하게 된다.
지리자동차 역시 한국 전기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2025년말까지 서울과 경기도에 지리 계열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전시장을 마련하고 2026년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는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유럽, 남미 등 여러 해외 시장에서 상품성을 입증받았다”며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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