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을 발로 뛰며 우수 인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첨단 기술의 연구개발 과정이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우 내부적으로 최선단 공정 설계, 차세대 메모리 등의 분야에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인식이 커지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석박사급 연구 인력, 개발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해외 반도체 개발 전문 인력 발굴을 위해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SK그룹 주요 관계사들과 ‘2024 SK 글로벌 포럼’을 열고 현지 우수 인재들과 AI 기술 리더십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올해는 포럼 초청 대상자를 반도체와 AI, 에너지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재들까지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D램, 낸드플래시에 이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비롯해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AI 반도체와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한 엔지니어 등 인력 수급에 나선 것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 점차 중요성이 커지는 로직 요소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핀펫(FinFET) 분야 전문 인력을 집중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역시 전영현 부회장이 DS(반도체)부문장으로 부임한 후 대규모 공채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는 800여개 직군에 대한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사업부별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차세대 기술 인재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직군이 다양한 만큼 전체 채용 규모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이 채용하는 전문 인력들을 살펴보면 메모리사업부의 경우 차세대 플래시 공정·소자 기술 개발, HBM 등 차세대 D램 솔루션 제품과 컨트롤러 개발·검증, CXL 제품 개발 분야 등이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오토모티브 센서 픽셀을 비롯한 반도체 소자 개발, 엑시노스 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개발, 리스크 파이브(RISC-V) 개발 등을 담당할 경력 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세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1위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최주선 사장이 직접 국내 학계, 업계를 발로 뛰며 인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최주선 사장은 이례적으로 카이스트를 직접 찾아 학부·대학원생 15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하며 “디스플레이 산업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연구 영역이 무궁무진한 미개척지”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카이스트 디스플레이 연구센터 3기 협약식을 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확보와 함께 디스플레이 전문가를 양성하기로 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국내 반도체 필요 인력 수요는 30만4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2021년 기준 반도체 인력 규모는 17만7000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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