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역대 최대 여객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 고환율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올해 2분기 실적이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적사 10곳의 항공편 이용 승객은 4756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3683만명 대비 29.1% 많은 수치로 역대 최대다. 종전 최대치는 2019년 4704만명이었다.
올해 상반기 여객 수는 국내·국제선 모두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선은 1815만명, 국제선이 294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43.1%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전반적인 여객 증가세는 저비용항공사(LCC)가 견인했다. LCC별 승객 수는 제주항공(714만명), 진에어(574만명), 티웨이항공(544만명), 에어부산(429만명), 에어서울(115만명) 등 순으로 2019년 상반기 대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세는 최소 5.5%(에어부산)에서 최대 34%(티웨이항공)까지 나타났다.
반면 대한항공(1221만명)과 아시아나항공(831만명) 승객 수는 2019년 상반기 대비 각각 11.2%, 16.8% 줄었다.
LCC의 여객 증가세는 중·단거리 여행 노선 확장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LCC들은 코로나19 이후 펜트업(억눌린 소비자 폭발하는 현상) 수요 확보를 위해 중·단거리 노선 확장과 함께 프로모션 등으로 모객에 나선 바 있다.
다만 항공사들은 여객 증가세에 올해 2분기 대부분 매출액이 늘지만 영업이익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 매출액 3조9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 줄어든 44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영업이익 12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7.4%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여객 증가세가 뚜렷한 LCC들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됐다. 제주항공은 매출액 44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이 198억원으로 19.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진에어 역시 별도 기준 매출액이 19.8% 증가한 3102억원을 기록하지만 영업이익은 171억원으로 3.9% 줄어들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매출액 3338억원으로 16.7%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이 48.4% 감소한 10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고유가, 고환율이 지속돼 지출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유류비, 리스료, 해외 체류비 등 지출을 달러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은 7월 11일 기준 1373.2원으로 연초부터 1300원대가 지속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23년 기준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023년 기준 환율이 10% 오르면 4600억원의 세전순이익이 감소한다.
또 매출 원가의 30%가량을 연료비로 사용하는 항공사들은 고유가에 부담이 더욱 커졌다. 10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82.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초 70.38달러 대비 16.7% 증가한 수치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의 9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85.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연초 75.89달러 대비 10.8% 증가했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 인상을 통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막는다. 다만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해야 해 환율이 오르면 지출이 더욱 늘게 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 성수기인 3분기에 노선 확장 등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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