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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급발진 주장 사고에… 커지는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 목소리[자동차팀의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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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계기로 페달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운전자 A씨(68)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데에는 페달 블랙박스만큼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A 씨는 1일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사고기록장치(EDR)를 확인해 보니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만약 페달 부근을 집중적으로 촬영하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다면 쉽게 밝혀졌을 것입니다.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해외에서도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한 곳은 없습니다. 만약 국내에서만 의무화된다면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 시장만을 위한 특별 옵션을 제작해야 합니다. 자칫 이것이 무역 장벽이 돼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자동차 업계는 채산성까지도 걱정합니다. 한국 시장의 일부 소비자만을 위해 별도의 차량 옵션을 만들었다가 이것이 잘 판매되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급발진 주장 사고가 꾸준히 나오자 국회와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완성차 업체들과 회의를 할 때마다 총 7차례 페달 브레이크 장착을 권고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0일 국회에 나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권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물론 운전자들이 개인적으로 페달 블랙박스를 구매해 설치해도 됩니다. 하지만 제품 품질이 천차만별이라 영상 화질이 충분한지, 외부 사고 상황과 연동해 동시 녹화가 가능한지 등을 소비자가 일일이 따져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만약 완성차 업체들이 페달 블랙박스를 차량 옵션 사양으로 제공하면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장비를 어설프게 설치하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을 위해 페달 블랙박스를 벤츠보다 먼저 설치한다면 어떨까요. ‘안전한 자동차’라는 최고의 수식어를 한국차가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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