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외신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확대한다. 대통령에게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근거한 조치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에 대한 관세는 7.5%에서 25%로, 전기차에 대해서는 25%에서 100%로 인상된다. 미국은 그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지원하고 중국산 소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중국산을 간접 규제했지만, 보다 직접적인 규제에 나선 것이다.
정부 부처의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막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 의회는 국방부가 CATL, BYD 등 중국 6개 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에는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국토안보부가 중국 배터리를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에서 최고 48.1%로 올리는 임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유럽에서 헐값에 판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소재 등 관련 공급망도 거의 중국산인 만큼 중국 배터리 생태계 전반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 EU의 규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관세 인상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반” “노골적 보호주의”라는 비판이다. 중국 정부는 “합법적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충돌이 공급망 보복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흑연, 코발트 등 희귀 광물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원자재 컨설팅 회사 CRU그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망간 유통량의 95%, 코발트 73%, 흑연 70%, 리튬 67%를 차지하고 있다. 각 국가와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한 탈피’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의 중국 규제가 당장은 한국, 일본 배터리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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