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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3대 광물 광산 지분확보… 中 407곳, 日 31곳, 韓 1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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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07곳, 일본 31곳, 한국 15곳.

배터리 원재료 가격의 50%를 차지하는 양극재 3대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에 대해 한중일 3개국이 지분을 조금이라도 확보한 광산의 수다. 한국은 중국의 3.7% 수준에 그치고,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중국은 국유기업을 앞세워 일찌감치 해외 주요 광산을 확보했다. 일본은 국유기업과 민간 상사가 협업해 광물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중국 제외)이 가장 높은데도 핵심 광물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K배터리는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2027년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광물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해외 광산 日의 절반, 중국 의존도 더 높아

10일 동아일보가 한국경제인협회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이 지분을 확보한 글로벌 리튬, 니켈, 코발트 광산은 2022년 기준 15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일본 기업은 31곳, 중국 기업은 407곳이었다. 리튬, 니켈, 코발트는 배터리 부품 중 가장 만들기 어렵고 비싼 양극재에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특히 3대 광물 중에서도 가장 비싼 코발트의 경우 한국은 5곳의 지분을 확보한 반면에 일본은 13곳에서 광물을 공급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일본 모두 석유, 천연가스, 주요 광물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貧國)’이다. 하지만 일본은 1980년대부터 민간 종합상사와 국영기업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한 몸으로 뛰며 해외 광산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일본이 확보한 광산 31곳 중 13곳은 스미토모, 미쓰비시상사 등 종합상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JOGMEC는 해외 자원 확보에 최대 75%에 달하는 출자·채무보증 등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지질탐사 등 기술·정보 지원까지 맡고 있다.


해외 광산 확보에 뒤처진 한국은 핵심 광물을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유엔 등 통계를 기반으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8대 핵심 광물의 중국산 수입 현황을 분석했더니, 6개에서 일본보다 중국 의존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산화·수산화 니켈 △황산 니켈 △이산화망간 △산화·수산화 코발트 △황산 코발트 △흑연 등이었다. 한국의 주력인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의 양극재에 쓰이는 주요 재료다. 특히 음극재 소재로 대체재가 없는 흑연의 경우 97.1%를 중국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원을 무기로 삼은 중국은 정부가 2008년 이후 5년 단위 계획을 세워 핵심 광물을 관리해오고 있다. 국내외 자원 개발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불법 채굴을 단속하고 수출은 제한적으로만 허가하는 방식으로 광물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룬다. 광물 생산뿐 아니라 제련하는 과정까지 모두 장악했다. 2021년 국유 광업기업을 통폐합한 중국희토그룹을 세워 집중도를 높였고 2010년대 들어 페루, 코스타리카, 모리셔스 등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자립 시한 3년… 정부의 외교·자금 지원 필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2027년까지 중국이 장악한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자립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흑연을 사용한 배터리에도 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해주기로 한 시한이다. 중국산을 대체하지 못하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39만 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도 공급망 독립이 필수적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핵심 광물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최근 셀 제조 경쟁력까지 높인 상황”이라며 “중국으로부터 광물 자립을 하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서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캐나다, 호주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서 공급망 확보에 나섰지만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자금 공세에 번번이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중국과 일본처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카자흐스탄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외교·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사례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의 자원 보유국에서 점차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급망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본처럼 공기업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JOGMEC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자체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사실상 폐지했고, 해외자원개발 관련 대출 한도도 과거 사업비의 90%였으나 지금은 50%로 줄인 상태다.

연구개발(R&D)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코발트를 획기적으로 줄인 배터리나 흑연 대신 실리콘을 사용한 음극재 등의 기술이 개발되면 핵심 광물 자립을 앞당길 수 있다”며 “배터리 재활용, 전고체 배터리 등의 기술 개발도 현재의 높은 광물 의존도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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