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도 수원에서 70대가 몰던 볼보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차량 5대를 들이받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전 부산에서도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놀이터로 돌진해 담벼락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 역시 급발진을 주장했다.
알려진 급발진 주장 사고는 이달에만 5건이나 발생했다. 문제는 모두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라는 점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 운전자 대상 교통안전교육과 고령 운수종사자 대상 운전 적격여부 검사의 실효성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교통안전공단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경우 권장이며 만 75세 이상 운전자 중 면허 갱신 기간에 속하는 경우 의무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크게 ‘인지기능검사’와 ‘교통안전교육’으로 구성된다. 인지기능검사의 경우 운전에 필요한 인지능력을 측정하고 신체 능력에 맞춘 운전 기법 학습과 속도 및 거리 추정 검사, 시공간 기억검사, 주의 검사를 통해 교육적 처방을 제시한다.
교통안전교육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 성향 자가진단 및 분석 ▲교통법규와 안전운전(주요 교통법규 해설 및 면허 관리 등) ▲상황별 안전운전 기법: 상황(도로·차종), 시간대(주·야간)별 운전 ▲음주 및 약물 운전의 위험성 등으로 진행된다.
만 65세 이상의 화물차, 버스, 택시 등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에 종사하는 운전자 역시 정기적으로 ‘운전 적격여부 검사(자격유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2016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65세에서 69세는 3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하며 70세 이상이면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항목은 전방 주시와 주변 물체 감지 능력 등 총 7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허나 업계에서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및 운전 적격여부 검사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교육과 검사는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운전 적격여부 검사의 2020년 합격률은 96.1%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무려 98.5%였다. 지난 3년간 평균 합격률은 97.5%다. 7가지 항목 중 2개 이상이 최하등급(5등급)을 획득하면 불합격 판정이 내려진다. 하지만 불합격을 하더라도 아무런 페널티는 없다. 심지어 2주 후면 재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검사 횟수도 제한이 없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화살은 국토교통부로 향했다. 이에 국토부는 현행 운전 적격여부 검사 제도의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인정하며 운전 능력 평가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을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9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령 운수종사자의 비율이 매년 늘면서 자격유지 검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합격 판정 기준을 강화하거나 검사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 등의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며 “버스와 택시의 경우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고령 운수종사자를 위한 강력한 자격유지 검사 및 페널티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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