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SUV와 ‘쉐보레 SUV’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GOOD
– 적당한 가격과 훌륭한 만듦새
– 정확한 기계가 작동한다는 신뢰감
BAD
– 살 사람은 다 샀…..
– 온스타는 별거 없어요
Competitor
– 기아 셀토스 : 중고차 시장에서 소형 SUV 카테고리 최강자
– 르노코리아 아르카나 : 믿을 건 E-테크 하이브리드. 차는 죄가 없다
가장 최근에 조사한 자동차의 평균 수명은 15.6년. 2000년대에 조사한 8.3년보다는 크게 늘어났다. 더불어 자동차를 교체하는 주기는 대략 3.6년이지만 대한민국 직장인의 자동차 평균 보유기간은 5~8년이다. 이 정도 기간을 같이 생활한 자동차라면 어지간히 냉정한 사람이라도 ‘정(情)’이 들기 마련이다. 폐차를 하던 중고차로 보내던 이별의 순간에 뭉클하게 떠오르는 아련함은 피하기 어렵다.
그런 탓일까? 차를 고를 때는 여러 면들을 고려하는데 생활 방식이야 말로 첫번째 고려대상이다. 다방면에 장점을 가진 SUV들이 전세계적으로 세단과 정통 왜건을 대체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재다능함 때문일 것이다.
최근 SUV 가격은 정말 비싸졌다. 그렇다고 살만한 경형 SUV들도 마땅하지 않은 지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는 그야말로 ‘지금 딱’이다. 그런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양일간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누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차의 성능은 이미 수 차례 시승기를 통해서 확인했다.
이제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로 내 삶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 지 경험해 보고 싶었다. 꿈꾸던 일탈을 차를 탄 핑계로 용기를 낸 셈이다. 냉정한 이성은 잠시 접어두고 감성을 충전하는 하루를 선택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분주한 도심 속 홀로 차분해
우선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운전석에 올랐다.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드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올해부터 들어온 온스타는 스마트폰과 연결성을 더 강화했다. 차로 시동걸기는 물론 웬만한 경정비까지 예약할 수 있는데다 차를 관리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내가 차를 모르더라도 온스타의 안내라면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가족들에겐 2열 공간을 더 어필할 수 있다. 소형 SUV라는 단어 자체가 무색할 만큼 무릎 공간과 머리공간 등 거주성이 훌륭했다. 센터터널로 인한 발 공간 침해도 아예 없어 더 넓게 느껴지는데다 유리면적도 커서 경치를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3기통 1.2L 가솔린 터보 엔진은 경쾌한 가속감과 높은 연료 효율이 마음에 들었다. 경쾌하게 뻗어가는 가속감은 3기통이 맞나 싶을 정도. 그런데도 연비는 시종일관 12km/L 후반대로 머문다. 내가 사는 도시에선 이 정도의 힘과 크기가 적합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은 정숙함이었다. 아무래도 엔진이 작으면 적은 힘을 쥐어짜내야 할 터. 그러면 그 소음을 어찌 감당해야 하나 싶었다. 이런 고민은 차를 탄 이후 단 한번도 뇌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한 찬 바람을 느끼고 싶어 창문을 자주 열었다.
반면 일단 교외로 나가보니 내가 SUV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쳤다. 웬만한 임도는 거침이 없다. SUV인 탓에 차고가 높고 비틀림 강성도 확보한 탓에 세단을 타던 때와는 다른 자신감이 차오른다. 이윽고 내 삶의 범위는 이 곳까지는 넓어진 것을 느꼈다.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AWD는 거대한 힘이었구나
임도를 다니며 얻은 자신감은 이내 오프로드까지 덤비겠다는 섣부른 치기(稚氣)마저 불러들였다. 이럴 때 선배기자는 내게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를 권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는 다른 AWD를 장착했다는 이유다.
AWD… 차로 험로를 달리도록 네바퀴 모두를 굴릴 수 있는 이 기능은 살면서 얼마나 쓸지는 모르겠지만 무릇 ‘해본 자’와 ‘할 수 없는 자’와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웬만한 차로는 엄두도 못 내는 험로지만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를 탄 김에 덤벼 보기로 했다.
첫 발을 내딛는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는 경쾌했다. 하지만 이전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산뜻함과는 달랐다. 힘이 서린 묵직함이 느껴졌다. 그 묵직한 힘으로 차를 휘두른다. 기어봉 앞에 버튼을 누르는 것 하나만으로 활성화되는데 흙과 자갈이 뒤섞인 험한 오르막길도 무심히 올라가버린다. 오르고 또 오른다. 거리낄 것이 없이 거침없다.
이내 산 정상에 오를 정도로 쉼 없이 올랐다. 이윽고 펼쳐지는 풍광. 모니터만 보던 내 시야는 이제 수십 km까지 뻗은 광야를 보고 있다.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엄청난 넓이.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불어오니 그제서야 ‘야생(野生)’까지 왔다는 느낌마저 든다. 임도를 넘어 격한 경사를 함께 올라온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를 보니 함께 고생한 것과 같은 유대감이 피어났다.
캠핑 사이트로 끌고 온 형제차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 시승을 마친 두 대는 강화도 인근 펜션 앞 캠핑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대략 마무리한 이번 체험으로 내게 두가지 새로운 경험이 있었지만 캠핑 사이트에서는 또 한번 색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캠핑을 비롯해 ‘차박’까지는 생각했지만 서핑에 영화감상까지 즐길 수 있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SUV와 CUV지만 마치 내 삶의 범위를 키울 때 필요한 하나의 ‘도구’같았다. 이 차가 아니라면 거친 오프로드에 도전하겠다는 엄두도 나지 않았을 터.
심지어 SUV라는 장르에 대한 문턱도 낮출 수 있었다. 최근 들려오는 SUV 소식들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오늘 만난 두 형제차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는 호소하는 바가 너무 명확하고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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