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신약은 등장했지만 이후 후속 제품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개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가능성이 높은 분야임에도 아직 의약품 다양성이 낮다는 특성상 MASH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절대 강자가 없는 MASH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전에 돌입, 신약 창출을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MASH는 알코올 섭취 없이도 간에서 염증이나 섬유화 등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당하는 인슐린 기능이 저하되면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돼 발생한다. 증상 악화 정도에 따라 간경화·간부전 등이 유발되고 심할 경우 간암으로도 이어진다.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이 조직 손상과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데 이때 발생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이 중증 형태로 발전하면 MASH가 된다. 현재 전 세계 MASH 환자 수는 4억40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MASH는 기존 ‘NASH’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지난해 11월 글로벌 주요 간 학회에서 공동 입장문을 통해 43년만에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MASH 치료제로 승인받은 의약품은 올해 3월 등장한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유일하다.
해당 의약품은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인 THR-β를 공략하는 치료제다. 알약 형태의 먹는 약으로 THR-β 수용체에 결합해 간세포의 지방 대사, 염증 반응, 섬유화 과정을 개선한다. 이 약은 4월 미국에 처음 출시됐다.
진정한 MASH 치료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섬유화 개선과 염증 완화 효과를 동시에 입증해야한다. 이에 다수의 후발주자들이 최초 신약 대비 투약 성능을 높이는 한편 효능과 안정성을 인정받기 위한 방향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유럽간학회(EASH)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약물 MASH 치료제 임상을 대거 공개했다.
우선 베링거인겔하임은 학회를 통해 ‘서보두타이드’ 임상 2상 결과를 공유했다. MASH 환자 2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48주차에 83%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최대 52.3%에서 섬유증이 개선됐으며, 이는 위약군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도 MASH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 터제파타이드를 투여한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섬유화 악화 없이 증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고용량인 15㎎를 투여한 경우 73.3%의 환자에서 섬유증이 악화되지 않았다.
특히 터제파타이드를 투여한 환자 중 질병 악화 없이 섬유증이 한단계 이상 개선된 비율은 51~54.9%로 위약군(29.7%) 대비 높은 효능을 보였다. 고용량인 15㎎를 투여해도 환자 73.3%에서 섬유증이 악화되지 않았다.
터제파타이드는 GLP-1·GIP 이중 작용제로 릴리의 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성분과 같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MASH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디앤디파마텍은 FDA로부터 MASH 신약 후보물질 ‘DD01’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미국 내 10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MASH를 동반한 과체중·비만 환자 70여명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DD01은 미국 과체중·비만 환자의 임상1상 결과, 지방간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MASH 후보물질 ‘DA-1241’의 임상 2상 중이다. DA-1241은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GPR119를 활성화시키는 합성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1일 1회 경구복용이 가능하다.
DA-1241은 동물실험결과에서 혈당 및 지질개선 작용과 더불어 간에 직접 작용해서 염증 및 섬유화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이 MASH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지난 5월 FDA 산하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로부터 현재 미국·한국의 글로벌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지속 진행토록 권고 받은 바 있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MASH 신약 후보물질 ‘YH25724’도 올해 4월부터 일본에서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이미 유럽 1상은 완료한 상황이며, 북미지역에서도 1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이 YH25724의 개발과 상업화 단계에 따라 수령할 수 있는 마일스톤만 총 8억3000만달러(1조1528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첫 MASH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쥔 레즈디프라가 임상 현장에서 힘을 못 쓰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라며 “아직 뚜렷한 선두가 없는 시장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기록적인 성과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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