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이 닥친 가운데 회사채 만기까지 도래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게임업계가 지속된 불황 등으로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빠진 가운데 이달부터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일까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조달은 물론 차환을 위해 더 높은 금리로 대출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게임사들은 현금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단기성 대출까지 검토하는 등 자금 조달 방안에 나서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컴투스와 펄어비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각각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말 양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 전망은 6개월 이내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견 게임사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하거나 전망이 좋지 못하다. 한국신용평가원과 나이스신용평가원은 지난 4월 엔씨소프트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넷마블도 지난해말 ‘AA-’에서 ‘A+’로 강등당했으며 등급 전망도 ‘부정적’에 놓여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신용등급 줄강등 위기에 빠진 이유는 약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실적 악화 때문이다. 여기에 실적 반등과 미래 동력이 되는 신작 부재도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더믹과 소비 심리 위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편중된 모바일게임 시장 부진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존 게임의 빠른 진부화와 신작 성과 부진이 실적 회복을 제한하고 있다”며 “개발 인권비 등 고정비가 증가하고 기존 라이브 게임들의 실적도 하향평준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달 들어 주요 게임사들이 저금리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게임사들은 코로나19로 급성장하던 2021~2022년 회사채를 발행해 신작 개발에 나서는 등 몸집을 불려 왔다. 대부분의 회사채들이 약 2~3년 만기로 올해 상환에 나서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적 악화로 현금흐름이 얼어붙으며 상환금 마련에 어려움에 처하게됐다. 여기에 고금리가 지속되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며 채권 차환을 위해선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금상환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약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현금상환했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회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강남 구사옥 매각, 비용효율화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현금상환을 택했지만 비교적 재무 상황이 좋지 못한 중견 게임사들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엔씨소프트 이후에는 펄어비스가 오는 2일 약 1470억원의 규모의 공모채 상환을 앞두고 있다. 컴투스도 약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오는 26일 만기다.
업계에서는 게임사들이 현금상환이나 기업어음(CP) 등 단기성 상품으로 차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은 지난 4월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발행한 CP 상환을 위한 행보였다. 앞서 넷마블은 올해 2월 시행한 2000억원 규모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2년물 1080억원, 3년물 143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하이브의 주식 250만주를 5235억원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이력이 있다. 이 역시 CP 등 차입금 상환을 위한 조치였다.
넷마블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하는 기존 차입금을 저금리로 대환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주식 매각은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