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게이밍 이원주. /이윤파 기자 |
이원주라는 위대한 도전자가 있기에 팬들은 더 즐거웠고, KT롤스터의 쓰리핏(3-peat, 3연속 우승)도 더욱 값졌다.
지난 7일 열린 ‘2024 eK리그 챔피언십 시즌2’ 결승전 KT롤스터(이하 KT)와 WH게이밍의 맞대결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였다.
7세트 통합 41골이 나오는 엄청난 난타전이 펼쳐졌고, 결국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혈투가 나오며 수 많은 관중들의 손에 땀을 쥐게했다. 결승전을 제외하더라도 역대 eK리그 역사를 통틀어봐도 순수 재미나 서사면에서 손에 꼽는 시즌이라는 평도 많았다.
이 역대급 시즌의 중심에는 쓰리핏을 차지한 KT롤스터와 최초의 개인전 2회 우승자 박찬화가 있지만 또 하나의 주역이 있다. 바로 WH게이밍의 이원주다.
개인전부터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매력 있는 ‘닥공’ 축구와 결승에서 KT를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인 이원주의 저력은 eK리그 팬들을 열광케 했다.
◆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고 싶다…. 신예의 당찬 포부
WH게이밍 이원주. /이윤파 기자 |
‘2024 eK리그 챔피언십 시즌2’ 개막전에 나선 이원주는 피굽남과의 경기에 나서 큰 화제를 모았다. 첫 경기부터 피굽남 노영진을 상대로 4:3 역전승을 거두며 이른바 ‘닥공’이라 불리는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원주는 “외모로 주목받고 싶지 않고, 실력으로 주목받고 싶다”고 과감히 포부를 밝혔다. 이때까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원주가 실력 하나만으로 eK리그의 판을 완벽히 뒤흔들어 놓을 줄이야.
그도 그럴 것이 1라운드가 종료되는 시점 이원주는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WH게이밍은 승격팀 신분으로 개인전에 3명을 진출시키고 포인트도 잘 쌓으며 순항했지만, 이원주가 팀의 1옵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전 대진 지명식에서는 우선 지명권이 있던 대전 하나 시티즌(이하 대전) 이태경에게 지목당하는 굴욕을 맛 보기도 했다. 이원주는 자칫하면 16강에서 떨어지고, 팀도 플레이오프에 못 갈뻔 했다. 하지만 이원주의 소년 만화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원주의 소년 만화 ‘대흥행’
개인전 3위를 차지한 WH게이밍 이원주. /이윤파 기자 |
이원주는 개인전부터 반전을 보여줬다. 자신을 지목한 이태경을 16강에서 2:0으로 제압하더니 8강에서 대전의 김경식을 잡아냈다. 동시에 플레이오프 경쟁팀 대전의 선수수를 2번 연속 잡아내며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4강에서 광동프릭스 박기홍을 만났다. 4강전에도 특유의 공격축구를 시도했으나 박기홍의 침착한 수비를 뚫기는 쉽지 않았고, 결국 세트스코어 2:1로 패배하고 만다. 그래도 3·4위전에서 강원 FC 장재근을 상대로 완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개인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원주는 플레이오프에선 한 차원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전 승부 예측에서 WH게이밍의 상대 팀이 우위라 평가받았지만, 이원주가 맹활약하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젠지전에서 2승을 거두더니, 2라운드 광동프릭스전에서도 개인전과 2vs2를 승리하며 승부를 에이스 결정전까지 끌고 갔다. 에이스 결정전 상대는 자신을 탈락시킨 광동프릭스 박기홍이었다.
에결에서도 두 선수는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이원주가 연장 후반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4:2로 승리했고, 박기홍에게 완벽한 복수를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원주는 플레이오프에서 다인전 포함 5승 무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WH게이밍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 승자만큼 빛난 위대한 도전자 이원주, 차기 황제에 도전
위대한 준우승을 차지한 WH게이밍. /이윤파 기자 |
결승전 상대는 eK리그의 역사이자 쓰리핏에 도전하는 KT였다. 모두가 KT의 우위를 예상했으나 WH게이밍은 저력을 과시했다. 이원주 역시 1세트 2vs2 매치를 승리하고 ‘황제’ 김정민까지 잡아내며 활약했고, 결국 우승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에이스로 나선 이원주는 KT의 곽준혁을 만났다. 결승전은 서로 빠른 템포 속에서 공수를 주고받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펼쳐졌다.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혈전 속 연장 전반 102분 이원주가 2:1로 앞서가는 골을 넣었다.
우승까지 단 1분만 버티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순간 곽준혁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순식간에 스코어를 역전시켰고 결국 KT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원주는 마지막 순간 하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종윤 캐스터는 “아쉬운 준우승보다는 위대한 준우승이라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 이원주와 WH게이밍을 향한 팬들의 박수 소리는 KT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eK리그 역사를 통틀어봐도 KT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팀은 없었다. KT의 쓰리핏이 빛날 수 있던 이유도 이원주와 WH게이밍이라는 최강의 도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KT의 황제 김정민은 결승전 후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재능이나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고, 생각보다 더 잘해서 놀랐다”며 이원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원주는 오는 8월 ‘FC 프로 챔피언스컵’에 나선다. 이원주의 닥공 축구가 국제 무대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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