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와 정부가 공정한 콘텐츠 대가산정 마련을 위해 출범시킨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검토위원회’가 산통을 겪고 있다. 가이드라인 해법 마련이 늦어지면서 콘텐츠 업계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업계가 각각 추천한 총 7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검토위원회’를 발족했다. 검토위원회는 전문가 ‘검토위원’ 7인과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원회, KISDI 등 ‘간사기관’으로 구성됐다.
모든 유료방송사 및 콘텐츠 제공사에 적용 가능한 ‘유료방송 콘텐츠 산정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목표 아래, 약 3개월간 총 6회에 걸쳐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5회에 걸친 협상 논의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렀다가 한 달이 넘어선 이달 초 겨우 6차 논의가 이어졌지만, 이번 논의에서도 뚜렷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검토위원회는 아직까지 콘텐츠 지급 총액 산정식 기준과 배분식 요소 등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한 구체적 협상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검토위원회 첫 구성부터 지상파가 전문가 추천을 거부하는 등 모든 유료방송사 및 콘텐츠 제공사에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 정립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방송통신위원장 인사 파동에 이어 정부 내각 개편설 일환으로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교체설이 나오면서 방송 사업 관련 주무부처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 중인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검토위원회’가 추진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콘텐츠 대가산정 논의가 지연됨에 따라 정부가 지난 2021년부터 공언한 콘텐츠 ‘선계약 후공급’ 원칙은 또 다시 요원해졌다.
IPTV 측은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 검토위원회’에서 ‘콘텐츠 사용료 산정기준(안)’이 도출된 이후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검토위원회 공식 발표가 연기됨에 따라 IPTV와 방송채널사업자(PP) 업계 간 콘텐츠 사용료 재계약 시기도 늦춰졌고, 일부 PP업계는 반년이 지나도록 계약 없이 콘텐츠만 공급하는 소위 ‘무계약’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발표한 미디어 콘텐츠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미디어 콘텐츠 산업 구성원 모두가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명시됐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안정적인 투자와 콘텐츠 거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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