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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을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한국과 미국 투자 생태계의 차이점’

테크42 조회수  

법무법인 미션-한국무역협회 주최, ‘스타트업 글로벌 투자 유치 성공 전략 포럼’
김범수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한국과 다른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 한·미 투자계약 차이, 플립 전 꼭 알아 둬야 할 법적 이슈 짚어
최근 들어 해외 VC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플립(FLIP, 한국에 소재한 법인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후 그 해외법인을 본사로 만들고 기존의 국내법인을 지사로 만드는 일련의 절차)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한국무역협회가 얼마 전 발표한 ‘스타트업의 수출 현황 및 수출 활성화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스타트업의 수출 총액은 24억 달러(약 3조 3187억원)를 넘어섰다. 2017년 2.7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그 중에서도 국경이 따로 없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의 경우, 시작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계획하며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에 나서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그 방식은 자회사나 지사 설립 등 다양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VC 투자 유치를 받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플립(FLIP, 한국에 소재한 법인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후 그 해외법인을 본사로 만들고 기존의 국내법인을 지사로 만드는 일련의 절차)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태생적인 이유와 최근까지 이어지는 국내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플립을 선택하는 스타트업이 증가 추세에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해 시행착오를 거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이미 국내에서 여러 VC들에게 투자 유치를 받은 스타트업의 경우 플립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미국 투자 생태계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아낄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최근 법무법인 미션과 한국무역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글로벌 투자 유치 성공 전략 포럼’에서 찾아봤다.

누구나 다 계획이 있다, 한 대 맞을 때 까지는…

이날 포럼의 첫 발표는 ‘크로스보더 투자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과 미국 투자 생태계 비교’를 주제로 김범수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가 나섰다. (사진=테크42)

이날 포럼의 첫 발표는 ‘크로스보더 투자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과 미국 투자 생태계 비교’를 주제로 김범수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가 나섰다. 김 파트너는 KTB(현 우리벤처파트너스) 출신으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여년 간 벤처투자와 창업을 경험한 전문가다. 그런 그가 발표 서두에 내 놓은 첫 마디는 마이크 타이슨이 언급한 어록으로 유명한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누구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둥이를 얻어 맞기 전까진)’이다. 김 파트너는 이를 “스타트업이 직면한 현실과도 비슷하다”며 유튜브 채널 ‘Demo day’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해 창업 일선에서 자기 삶을 걸고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이 절박하게 생각하는 의문점을 다루고 있죠. 두 번째 관심사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예요. 똑 같은 자본이나 노력이 투입됐을 때 더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선진적인 생태계 구조를 만드는 거죠. 하지만 그런 생태계 구조를 만들려면 여러 사람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의 관여도 있어야 해요. 제도적인 문제도 걸림돌이 되죠. 그래서 사실 손대기가 쉽지 않고 얘기하기에도 지루한 주제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태계가 나아지지 않으면 그 안에 속한 개체 하나하나가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오늘 재미는 조금 없을 수 있지만, 매우 중요한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어 김 파트너는 플립의 방식을 언급하면서도 “플립은 미국에서 사업을 잘 하기 위한 것에 있어 지극히 작은 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다고 사업이 저절로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한국을 ‘미국과 달리 획일적인 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아주 외진 시골에 사는 사람의 삶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보다 미국의 각기 다른 도시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차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어디에 있느냐’보다 ‘내가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입니다. 플립이 중요한 게 아니고 먼저 미국 시장을 이해하고 미국에 타겟하는 고객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 건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하버드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지 알아야 합격을 할 수 있는 것과 같죠. 그 다음은 시장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 고객에게 내 물건, 서비스를 팔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뭉툭하게 생각하고 미국을 갈 경우 잘 안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서 김 파트너는 한국을 ‘미국과 달리 획일적인 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아주 외진 시골에 사는 사람의 삶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보다 미국의 각기 다른 도시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의 차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가 사는 실리콘밸리에서 차를 타고 1시간만 밖으로 나가도 완전히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주리나 오하이오 같은 주까지 범위를 넓히면 캘리포니아에서 제가 매일 만나는 사람과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죠. 한국에서 살다 보면 그런 다양성에 훈련이 안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플립은 본사가 어디고 자회사가 어디냐는 구조적인 문제인데, 저는 확실하게 미국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조금 유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일단 간을 보시는 것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동체서용은 불가, 실리콘밸리의 제도와 문화 이해해야

“플립은 결국 미국에 새로 세운 본사가 한국 본사를 자회사 형태로 인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한국에 새웠던 본사의 기업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창업자, 대주주의 세금문제가 발생합니다. 새로운 현금이 들어오지 않고 미국 본사의 주식을 받거나 스톡옵션을 받을 때도 미국의 국세청 등은 이를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징수하거든요. 이건 어느 나라나 똑같아요. 즉 플립을 고려할 때는 가능한 회사가 너무 커지기 전에, 매출이 많이 발생하기 전에 하는 것이 유리하죠.”

김 파트너는 이 외에도 해외 VC 투자를 검토할 경우 Friction(한국 법률과 계약 체계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체서용(東體西用, 동양 정신은 유지하며 서양의 문물을 활용한다)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즉 플립으로 미국을 진출할 경우 회사만 물리적으로 미국으로 바꾸고 경영은 한국 식으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김 파트너는 스타트업 투자 계약 시에 한국과 미국의 극명하게 다른 게약 구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실리콘밸리의 룰을 잘 모르는 상황이면 망설이게 됩니다. 투자 가능성을 높이려면 이 거버넌스 구조를 이해해야 하죠.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자와 VC 간의 관계를 약간 제로썸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창업자는 회사를 자기 것으로 인식하고 투자금을 마치 공짜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죠. 또 한국 VC는 실리콘밸리 VC처럼 도와주지 않으면서 시어머니 노릇이나 한다는 인식이 있고요. 대표적인 사례가 IPO(기업공개) 즈음 대표가 직원들에게 선심을 쓴 것처럼 주식을 쾌척했다고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이건 원래 입사할 때 줘야하는 거지 쾌척 할 대상이 아니거든요. 저는 선의는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니거든요. 거꾸로 말하면 실리콘밸리의 계약은 시스템에 따라 관계를 일치시키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차이는 스타트업 투자 계약에 있어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경우 각 투자 라운드 별, 투자사 별 계약서를 모두 작성한다. 이럴 경우 개별 VC간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모든 VC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경우 한 라운드에 하나의 계약서만을 작성한다. 이때 계약서 내용에는 각 VC간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정의까지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시킨다는 것이 김 파트너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김 파트너는 스톡옵션,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페이투플레이(Pay-to-Play)’ 등 실리콘밸리의 구체적인 제도와 문화 차이들을 소개하며, 창업자-투자자-임직원이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서 기업 성장을 중심으로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립은 미국이라는 시스템에 접속하는 과정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 변호사는 미국 VC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플립을 하는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활동하던 회사가 다른 시스템에 들어가 접속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이날 김 파트너에 이어 ‘크로스보더 투자계약 실무 – 한국 & 미국 투자계약 구조 이해와 플립(FLIP)’을 주제로 발표한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미국 NVCA 표준 투자계약과 한국의 일반적인 스타트업 투자계약의 차이를 바탕으로 두 벤처투자 생태계를 비교하는 한편 투자계약 이후 회사 거버넌스 구조에 관해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VC로부터 투자를 받는 다는 것, 혹은 한국 회사가 플립을 해서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활동하던 회사가 다른 시스템에 들어가 접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언어의 차이 뿐 아니라 생태계의 구조 차이와 직면합니다. 계약서 조항만 다른 것을 넘어 이 계약들이 만들어진 논리와 구조에 차이가 존재하는 거죠.”

이어 김 변호사는 “어떤 것이 더 좋다는 식의 우열에 관한 내용은 아니”라고 전제하며 두 자본 시장에서 발생하는 내용의 차이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포럼의 진짜 주제는 거버넌스(지배구조)”라고 말을 이어갔다.

“저는 변호사이자 연구자로서 주식회사는 사업과 자본이 연결돼 있는 고도의 신뢰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사업에 자본을 공급한 주주와 사업가 사이에 룰이 필요한 거고요. 이걸 어떻게 정하느냐가 주식회사 법이고, 투자자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정하느냐가 투자 계약인 거죠. 그걸 바탕으로 투자자와 창업자의 관계 거버넌스를 어떻게 셋업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존재하죠.”

이어 김 변호사는 앞서 김범수 파트너가 언급한 계약 방식의 차이를 재차 강조하며 “개별 투자 계약서에 동의권 규정을 두는 한국의 방식은 결국 투자 이후 거버넌스 분산을 일으킨다”고 언급했다. 개별적인 투자자가 늘어날 때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비토할 수 있는 회사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창업자와 투자자 간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투자 계약을 결혼과 자주 비유합니다. 좋을 때는 참 좋습니다. 문제는 안 좋을 때죠. 가령 저희가 이번에 딜을 진행하는 한 회사도 어렵사리 제법 큰 규모의 후속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가 8곳 중 7곳이 찬성을 하고 1곳이 아주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대로 진행하면 풋옵션 행사하고 위약금 청구하겠다고 할 정도예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게 밸류가 정해졌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이 회사가 지금 이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공장을 증설하지 못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런 입장입니다. 이런 일들이 왕왕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투자계약서에는 ‘풋옵션’ 없지만…

이어 한국에서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는 풋옵션, 즉 주식매수청구권을 설명한 김 변호사는 “흥미롭게도 미국의 표준 계약에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조항이 없다”며 미국 투자계약서의 구성 내용을 짚었다.

“미국 투자계약서는 보통 대여섯 종으로 분량이 많긴 하지만 대체로 하나의 투자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한번에 다 사인을 하게 돼 있습니다. 어떤 주식을 부여하는지, 주주들 간에 어떤 권리를 가지고 배분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죠. 그 외에 기본적으로 진술 및 보장에 관한 조항, 투자 계약의 종결 조건, 자문 비용과 관련된 내용도 들어가 있죠. 사실 우리나라 계약서와 다른 부분보다는 같은 부분이 더 많습니다. 다만 차이는 누구로부터 얼마나 동의를 받아야 하냐에서 발생하죠. 여기서 소위 거버넌스의 차이를 불러 일으킵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때 기존 투자 계약서 열람을 요청한다. 각 투자 계약 상의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그에 따라 거버넌스를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때 기존 한국의 투자 계약상 동의권을 주주간 계약으로 변경하자는 협의 요청이 이어진다고. 김 변호사는 “좋게 말하면 협의지만, 나쁘게 말하면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김성훈 대표 변호사는 미국 NVCA 표준 투자계약과 한국의 일반적인 스타트업 투자계약의 차이를 바탕으로 두 벤처투자 생태계를 비교하는 한편 투자계약 이후 회사 거버넌스 구조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진=테크42)

“한국 VC 입장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사가 후속 투자를 받는데 갑자기 미국 친구들이 와서 ‘너희 지분 비율 대로 동의권 행사한다는 합의서에 도장 찍으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죠. 이런 상황이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또 한국 초기 투자자들은 보통주나 우선주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 안 하지만, 미국 투자자들의 경우 보통주와 우선주를 까다롭게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풋옵션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차이가 크죠.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정책적인 자금들을 집행하고 이에 대한 어느 정도 책임감 있는 사후관리를 요구하는 경향 때문에 풋업션이 만들어진게 아닐까 가정해 봅니다. 다만 한국도 벤처투자법이 개정되고 지난해 4월 13일자로 이해관계인의 연대 책임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제한 조건들이 생겼습니다.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바꿔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입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해외 투자 계약 사후 관리 실무 사례들을 설명하며 “한 투자사의 동의권 행사에 따른 반대로 인해 결국 투자를 받지도 못하고 매각도 못해 파산하게 된 사례가 2024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해결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저는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나름 각자가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런 현상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점이죠. 동의권 거버넌스에 있어서 회사 전체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구조가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들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한편 플립과 관련해서 지난해 법무법인 미션이 공개한 이슈리포트 ‘플립은 해외 진출의 키가 될 수 있을까’를 소개한 김 변호사는 “플립 자체만을 위해 플립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거버넌스 구조의 변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미션은 앞서 플립과 관련해서 지난해 이슈리포트 ‘플립은 해외 진출의 키가 될 수 있을까’를 공개한 바 았다. (이미지=법무법인 미션)

“플립은 미국 형태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기존 한국 VC와 체결한 투자 계약 내용의 사실상 해체가 이뤄지죠.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거인가 아닌가는 사실 우리나라 VC들에게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플립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변하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만해도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창업지원법이 개정되며 ‘외국 창업기업’이라는 정의가 생겼습니다. 한국 사람이 해외에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창업하는 기업도 창업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킨 거죠”

한편 이날 김범수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의 발표 이후 토크콘서트에는 실제 플립 과정을 경험한 정상용 릴레잇 대표와 권서현 무니스 대표가 함께해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상용 대표는 세일즈를 위한 B2B SaaS 스타트업으로서 미국 시장 진출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며 “한국 시장의 규모 한계 극복과 B2B SaaS에 특화된 투자 생태계 활용을 위해 미국 진출이 필수적이었다”고 돌이켰다. 특히 정 대표는 미국 투자자들의 B2B SaaS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인해 초기부터 전문적인 논의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권서현 대표의 경우는 플립 과정에서 기존 투자 계약의 구조를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일로 변경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을 설득해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로 전환하는 과정의 복잡성을 강조했다.

이날 김범수 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의 발표 이후 토크콘서트에는 실제 플립 과정을 경험한 정상용 릴레잇 대표와 권서현 무니스 대표가 함께해 생생한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김범수 파트너, 정상용 릴레잇 대표, 권서현 무니스 대표, 김성훈 대표 변호사. (사진=테크42)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두 대표는 공통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투자 문화 차이를 체감했다고 언급했다. 권 대표는 특히 미국 VC들의 간소화된 프로세스, 빠른 의사결정, 그리고 각 파트너의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을 장점으로 꼽았다. 나아가 통상 메이저 투자자를 포함하며 회사의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는 이사회를 통해 회사의 상황과 전략에 대해 정기적이고 적극적으로 논의하는데, 이러한 문화로부터 성장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과 지원을 얻게 된다며 입을 모았다.

토크 콘서트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범수 파트너는 실리콘밸리의 거버넌스 구조에 대해 “어긋나는 것이라면 모두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아닌, 긍정적인 액션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토대로 장기적으로는 전체 파이를 더 잘 키워내는 것이 창업 생태계의 바람직한 방향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우리 벤처투자 창업생태계와 세계 벤처투자 창업생태계의 연결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생태계의 연결 과정의 중요 고리인 투자계약과 플립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우리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테크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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