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은행을 가지 않아도, 시장을 가지 않아도, 학교를 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스마트폰과 가끔은 멀어지고자,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자연 속에서조차 스마트폰과 ‘잠시 이별’하지 못하고 다시금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자연 그대로 온전히 보전되어야 할 보호구역인 국립공원과 현대 디지털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은 마치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국립공원을 이용하는 주체도, 그리고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주체도 결국 사람이기에, 모든 생활의 일상화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국립공원 안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거스를수 없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맞춰, 전국의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공단은 탐방서비스와 공원관리에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단은 국립공원을 찾는 연간 3900만명의 탐방객을 위해서 스마트폰 기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과 ‘국립공원 스마트탐방 앱’을 운영하고 있다.
산행정보 앱에서는 현재 탐방 중인 국립공원의 지도와 현재 위치, 산행 기록과 추천 코스 등 산행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스마트탐방 앱은 증강현실(AR),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 등 비대면 탐방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공단에서는 두 가지 앱을 통합하고 편리한 기능을 추가해 한 번에 제공하는 ‘국립공원 탐방정보 앱’을 준비 중에 있다.
새로운 앱에서는 야영장, 대피소, 생태탐방원 등 국립공원 시설 예약 기능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다수의 국민 의견을 반영해서 예약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탐방객 개인의 취향에 따라 탐방 일정을 직접 만들수도 있고, 여러 탐방객들의 다양한 탐방이력 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추천 탐방정보도 제공하게 된다. 또 영상, 음성, 해설 콘텐츠도 추가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로써 탐방정보 앱만 있으면, 국립공원 속에서 보다 더 훨씬 편리하고 즐겁게 탐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국립공원 레인저는 어떻게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을까?
사실, 국토 면적의 6.7%나 되는 광활한 국립공원을 속속들이 지켜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험준한 국립공원 속에서 발생하는 산불이나 안전사고 같은 응급상황은 물론, 평상시 현장관리를 위한 순찰업무, 생태계 조사, 탐방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활용은 현장업무에 획기적인 변화와 도움이 된다. 국립공원 레인저 전용 ‘업무도우미 앱’은 현장에서의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한 스마트폰 앱으로, 국립공원 현장 특이사항을 바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해 이루어진 대대적인 기능 개선은 현장 업무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를 앱과 연동한 것은 업무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위법행위 발생이나 시설물 파손 같은 특이사항을 앱에 입력한 후 공간정보 데이터를 함께 동료에게 공유하면, 정보를 공유 받은 직원은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깊은 산 속에서 정확히 그 지점을 찾아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이동 시간도 줄어 들었고, 동료 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국립공원을 가장 온전히 즐기는 방법은 무엇보다 직접 보고, 듣고, 걸으며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시간 만큼은 스마트폰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우리는 완전히 스마트폰을 잊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더욱 즐겁고, 더욱 안전한 탐방을 위해 국립공원공단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서비스와 콘텐츠를 활용한다면 평소와는 다른 색다른 탐방 경험을 얻으리라 확신한다. 더불어,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레인저들 또한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 더욱 스마트한 레인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필자〉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기술고시(27회)를 거쳐 공직에 입문했다. 울산광역시 환경협력관과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장, 환경보건정책관, 수도권대기환경청장, 물환경정책국장, 대변인, 자연환경정책실장 등 환경 분야 핵심 업무를 맡아왔으며, 2021년 제15대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탄소중립을 위한 흡수원 확대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을 추진했고, 난제였던 팔공산국립공원 승격 문제를 해결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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