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술 발전과 제한속도 조정 논의
산악 지형과 설계속도로 인한 제한속도 한계
미래 고속도로의 제한속도 변화 가능성
자동차는 발전하는데
도로만 제자리인 이유
자동차 기술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특히 최고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1990년대만 해도 자동차 계기판의 최고 속도는 대부분 180km/h였으며,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몇 초 만에 100km/h를 넘는 성능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여전히 100~110km/h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운전자들이 제한속도가 너무 낮다고 불만을 제기하곤 한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쉽게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도로마다 설계속도가 있다?
제한속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설계속도’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설계속도란 최상의 상태에서 평범한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속도를 의미한다. 최상의 상태는 차량 통행량이나 날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이상적인 조건을 뜻하지만, 실제 도로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로 모든 운전자가 항상 최상의 상태에서 운전할 수는 없다. 갑작스러운 교통 정체나 악천후로 인해 도로가 미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제한속도는 설계속도보다 10~20km/h 낮게 설정된다.
독일의 아우토반이 대표적인 예다.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일부 구간에 한정된 이야기다. 아우토반 전체 구간 중 20%만이 제한속도 없이 운행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130km/h까지만 권장된다. 이보다 높은 속도로 달리면 교통량과 노면 상태로 인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오래됐어도 130km/h 제한
한국은 110km/h 제한
따라서 자동차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제한속도를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 도로의 설계속도를 고려하지 않으면 과속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한속도는 해외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제한속도를 130km/h로 정한 반면, 우리나라는 100~110km/h로 설정되어 있다. 유럽에서도 제한속도가 낮은 편인 스위스조차 120km/h로 제한되어 있다.
사정상 제한속도 고정인 우리나라
우리나라의 제한속도가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산악 지형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설계속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산악 국가인 스위스보다 높은 비율이다. 산악 지형에서는 고속도로를 시공하는 것이 어렵고, 설계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1979년에 제정된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설계속도는 120km/h까지로 규정되어 있다. 제한속도는 이를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상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최근 고속도로 설계속도 기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통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설계속도를 140km/h까지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최종 설계속도는 120km/h로 결정되었다. 다만, 이런 변화는 제한속도 상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2018년 경찰청은 제한속도 상향 여부를 국민들에게 묻기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대국민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자율주행 등 첨단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는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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