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창업 기업 자금 조달과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올해 처음 시작한 신(新) 투자기법 ‘투자조건부융자’가 반년도 되지 않아 200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 중점 육성 분야인 초격차 등 초기 창업기업에 90% 가까이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시작한 투자조건부융자 실적이 현재 기준 188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도 안 돼 전체 예산 40% 수준의 지원이 결정됐다.
투자조건부융자는 창업 초기 단계 기업들이 벤처투자를 받은 상태에서 후속 투자유치 가능성이 큰 기업에 저리로 융자를 지원하는 대신 소액 지분 인수권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조건부 지분전환 계약을 통해 초기 기업에 대출하면 이후 기업 가치가 책정될 때 지분으로 전환해 받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이 원활히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 투자자에게는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여 이들이 벤처투자 시장에 적극 유입될 수 있도록 해당 제고를 올해 2월부터 도입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투자조건부융자 예산 500억원 중 현재 188억원 지원이 결정됐다. 지원분야는 대부분 초격차에 집중됐다. 실제 지원이 결정된 사업에서 초격차 지원이 78%를 차지했고, 이들 기업에 전체 지원 실적 중 88%인 165억여원이 확정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초격차 중점육성 산업으로 혁신성장, 에너지, 환경·지속가능성, 건강·진단 분야 등을 정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처투자 활성화에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벤처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신규 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6% 증가하는 등 미국 등 주요 벤처투자 선진국과 비교해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이런 투자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 중이다. 이미 올해 하나금융이 100% 출자한 민간 첫 ‘모펀드’가 결정한 데 이어 최근 2027년까지 총 2조원을 조성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도 닻을 올렸다.
민관주도 벤처펀드에 이어 다양한 벤처캐피털이 유입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조건부융자까지 성과를 내면서 초기 창업기업 자금애로 문제 해소와 더불어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VC 관계자는 “투자조건부융자 등 새로운 투자기법이 실적을 내고 있어 향후 다양한 플레이어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자금이 결국 마중물 역할을 해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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