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 및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플랫폼 정책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천문학적 투자로 AI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대한민국 플랫폼(K플랫폼)’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자신문 특별기획 ‘K플랫폼 3.0 시대를 향해’ 결산좌담회에 참석한 학계와 플랫폼 전문가들은 플랫폼 산업을 국가적인 어젠다로 삼아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K플랫폼 산업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플랫폼 주권에 대한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플랫폼법정책학회장)는 “최근 주요국이 AI 주권, 데이터 주권 등 소버리니티를 강조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플랫폼을 국가적인 어젠다로 삼아 산업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더 늦기 전에 플랫폼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에 대한 정치적인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약자와 강자, 갑·을 논쟁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개별 기업이 아닌 생태계 그 자체로 보고,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인식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힐 것이라는 갑-을 논쟁 프로토콜에 끌려다니고 있지만, 플랫폼은 제조업과 소상공인,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관여된 생태계”라며 “플랫폼을 보는 관점에 대한 정부 차원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플랫폼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K’가 가진 특수성을 극대화하고, 기술 고도화가 필수라는 제언도 나왔다. K드라마·K팝 등 대한민국의 특수성이 반영된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 전략을 모색해 이용자 구미를 당겨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폼이 꿈꾸는 생태계와 철학, 가치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공론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통해 K플랫폼에 대한 국민과 이용자들의 인식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K플랫폼 기업들이 서비스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 기능 향상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또 글로벌 진출도 핵심 어젠다로 부상했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체격 차이가 명확한 만큼 연구개발(R&D) 투자 등에서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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