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질병분류코드 개정 앞두고 세미나 마련
게임이용장애 정의·진단기준조차 불분명
연구자들도 의견 엇갈려…신중한 도입 필요
한국질병분류코드(KCD) 개정이 내년으로 다가오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한 가운데, 충분한 연구와 합의를 통한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5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그간 이뤄진 국내외 게임이용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관련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WHO(세계보건기구는) 2018년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 정신적·행동적·신경발달적 장애의 하위 목록에 게임이용장애를 도입, 이듬해 세계보건총회에서 만장일치로 ICD-11를 의결한 후 2022년 정식 발효됐다.
KCD는 국제질병분류(ICD)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그간 ICD 코드에 등록된 질병코드가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사실상 없어, 현재로서는 과거 추세를 따라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화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이용장애를 두고 여러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의와 진단 기준 자체가 불분명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띠부오레 튈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이미 성인 절반 이상은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소셜미디어든 기술에 빠져 있지만 이를 중독이라고 진단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인터넷 게임 이용장애는 모두가 동의하는 명확한 정의조차 내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게임 관련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도 “이렇게 질병 코드를 부여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게임을 즐기는 아동이나 성인에게 과몰입이나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해 아직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아 이것을 어떻게 연구하고 치료할 것인 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게임 플레이가 장애나 우울증 등 질병을 일으킬 만한 직접적인 요인을 가지는 지도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다년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가 가진 선행 요인들이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4년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게임이 문제적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나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문제 행동들은 이용자가 가진 사회적, 심리적, 사회적 선행 요인들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된 연구 결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KCD 개정을 앞두고 총리실 주관 하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주도로 민관 협의체를 꾸리고 게임이용장애 등재 여부를 논의 중이다. 내년까지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이어진 발표에서는 김은정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팀장이 ‘게임이용 인식 개선을위한 정책연구 현황’을, 조문석 교수가 ‘게임이 게임행동장애의 원인인가’를,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교수가 ‘인터넷 게임 사용에 대한 4년 코호트 뇌 변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K게임의 세계적인 위상에도 여전히 게임을 향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중 대다수는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따른 오해로, 문체부는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되도록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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