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입할 때면 어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집 다음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V70은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하는 좋은 차가 틀림없다. 고급스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강력한 성능이 아드레날린을 솟게 만든다.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몰 수 있는 SUV. 그게 바로 GV70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부분변경을 거친 GV70을 내놓았다. 3년 4개월 만의 변화다. 시각적인 부분의 변화는 크지 않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의 완성도를 높이는 쪽을 선택한 것.
작은 변화로 얻은 큰 효과
전면부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그릴이다. 이전 모델과 달리 크레스트 그릴을 이중 메쉬 구조로 다듬었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범퍼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 홀의 크기를 키워 역동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헤드렘프에는 MLA(Micro Lens Array) 기술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측면에는 새로 디자인한 21인치 다크 메탈릭 글로시 그레이 휠이 가장 눈에 띈다. 휠에는 림과 스포크가 연결되어 있는 부분에 블랙 컬러의 두 줄이 새겨져 있는데 기존 모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효과다.
후면의 변화는 소소하다. 기존 범퍼에 위치했던 방향지시등을 리어램프로 옮긴 것과 리어 스포일러에 적용된 보조제동등의 형태를 직선으로 변경한 것이 전부다. 변화의 폭은 좁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이미지가 강조된 느낌이라 좋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원한다면 스포츠 패키지 옵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실내
도어를 열자 제네시스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환대했다. 가죽을 덧대지 않은 곳을 보기 힘들 정도였고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전체 디자인과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움을 배가했다. 실내는 GV70의 아이덴티티인 타원 조형 요소를 계승해 완성했다. 여기에 발향 시스템을 포함한 무드 큐레이터, 터치 타입 공조 조작계 등은 편안한 라운지의 느낌을 연출했다.
다만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의 형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선 형태인 탓에 끝부분의 표시되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운전석 시인성을 조금 더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공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특히 2열 공간이 만족스럽다. 1열 시트를 B필러에 맞춰도 2열 무릎 공간은 주먹이 2개 가량 들어갈 정도로 넉넉했다. 머리 공간 역시 앉은 키가 큰 성인이 앉아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을 듯 보였다.
요람같은 승차감이 비장의 무기
실내를 살펴본 후 크리스탈 형상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을 돌려 기어를 물렸다. GV70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인상적인 부분은 정숙성이다. 엔진 소음은 실내를 파고들지 않았다. 고요함은 도로를 달릴 때도 유지됐다. 바람 소리, 노면 소음은 실내로 파고들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지만 이중접합 차음유리와 중공흡음휠,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의 견고한 벽을 뚫지 못했다. ANC-R은 제어기 알고리즘 연산을 활용해 노면 소음과 반대되는 음파를 실내 스피커로 출력해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한참을 달리자 제네시스가 준비한 신형 GV70의 비장의 무기가 드러났다. 바로 승차감이다. 도심은 물론이고 속도를 높여도 부드러운 승차감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여기에 고요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요람이 따로 없었다. 속도 방지턱을 넘거나 불규칙한 노면을 달릴 때 충격은 엉덩이까지 전해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만든 결과물이다. 제네시스는 전륜 서스펜션에만 적용했던 하이드로 부싱을 후륜 크로스멤버에도 적용했다. 크로스멤버는 차체 강도와 강성을 높여주는 장치다. 하이드로 부싱은 서스펜션 부품을 유연하게 연결하고 충격을 흡수해 진동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고무 재질로 만들어지지만 GV70의 하이드로 부싱은 내부에 액체를 넣어 노면 진동을 더욱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출력에 대한 갈증도 없다. 시승차는 3.5리터(ℓ) 가솔린 터보를 품고 있는데 최고출력 38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54.0킬로그램미터(kg·m). 중형 SUV의 차체를 끌기 차고 넘치는 힘이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 조합됐다. 주행 모드에 따른 움직임 변화도 확실히 느껴진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구성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자 GV70은 태도를 달리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엔진 회전수는 단숨에 5000rpm 이상으로 치솟으며 바퀴를 굴렸다. 체감되는 가속력은 수입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전륜에 4피스톤(P) 모노블럭 캘리퍼를 적용한 덕분에 속도를 줄이는 능력 역시 뛰어났다.
다만 굽잇길에서 움직임은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좌우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며 코너를 돌아 나갈 때 기우뚱거리는 움직임이 원인이다. 서스펜션은 한쪽으로 쏠리는 차체를 버티려 애를 썼지만 부드러운 세팅에 초점을 맞춘 탓인지 후한 점수를 주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변화를 거친 GV70은 디자인도 한층 탐스러워졌고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실내는 흠잡을 곳이 없다. 성능 역시 그렇다. 3.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부드럽게 힘을 발휘했다. GV70은 가성비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시승차의 경우 7500만원에 가까운 가격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심비’를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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