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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조원 효과’ 아레나 공연장 건립… 카카오는 하고 CJ는 안 된 이유

IT조선 조회수  

7월이 시작하자마자 2만명 내외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급 공연장에 관한 상반된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도 고양시에 지어지던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가 계약을 해제하며 백지화됐다. 반면 카카오 컨소시엄의 서울아레나는 착공을 시작했다. CJ라이브시티와 카카오 컨소시엄 둘 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비슷한 문제를 겪었음에도 결과는 달랐다. 두 아레나급 공연장 건립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 CJ라이브시티
CJ라이브시티 아레나. / CJ라이브시티

계획 백지화, CJ라이브시티는 왜 억울할까

현재 국내 아레나급 공연장은 지난해 말 개장한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유일하며 이를 제외하면 건립을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곳은 서울, 경기도 고양과 하남, 세 곳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킨텍스 맞은편 10만평(32만6400㎡) 규모로 추진됐던 CJ라이브시티 설립은 7월 1일부로 무산됐다. 국정농단 사태, 코로나19 대유행, 원부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테마파크에서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로 계획 변경 등 우여곡절 끝에 현 상황이 됐다.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는 4차례 사업계획 변경에 합의했고 완공기한이 경과했어도 CJ 측과 사업 지속 추진을 협의했다”며 “안타깝게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공정률은 총사업비 대비 3%쯤에 불과하다”고 무산된 배경을 설명했다.

CJ라이브시티가 라이브시티를 짓기 위해 계획한 총사업비는 1조8000억원쯤이다. 현재까지 매출이 딱히 없는 CJ라이브시티는 모회사 CJ ENM으로부터 지난해까지 5999억원가량을 차입했다. 공사에 돈이 필요하니 모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셈이다.

CJ라이브시티는 감사원 사전컨설팅을 남겨둔 상황에서 계약이 해제됐다며 억울해 한다. 감사원 사전컨설팅은 경기도가 지체상금을 자의로 감면했다가 행정감사를 통해 배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감사기관인 감사원에 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을 말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사전컨설팅은 감사원이 필요한 자료를 모두 확보한 이후 보통 30일 내 결과가 나온다. 사안이 복잡한 경우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CJ라이브시티와 경기도가 올해 3월 말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와중에 계약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CJ라이브시티는 1일 입장문을 통해 “그간 지체상금 납부를 포함한 조정안 수용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으며 감사원 사전컨설팅이 진행될 때도 경기도와 협의 및 공문을 통해 확고한 사업 추진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며 “시공사 책임준공 확약서, 금융사 투자의향서, 협력사 참여의향서를 비롯해 국내외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고 밝혔다.

서울아레나 전경. / 카카오
서울아레나 전경. / 카카오

카카오 서울아레나와 CJ라이브시티 차이는

반면 카카오가 추진하는 서울아레나는 2일 착공식을 진행했다. 해당 시설은 약 40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27년 3월쯤 준공될 예정이다.

고양시 라이브시티와 서울시 서울아레나는 모두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 두 시설의 차이는 아레나급 공연장이 들어서는 지역 관할 지방자치단체 수다. 이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도 같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와 고양시 두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관할한다. 이는 CJ라이브시티가 공사 지연의 원인으로 꼽는 행정절차 문제로 연결된다.

서울아레나와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시에서 주관한다. 아예 시 산하 전담팀이 존재한다. 서울특별시는 서울시청 균형발전본부 동북권사업과 서울아레나팀이, 인천광역시는 인천광역시 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사업본부 서비스산업유치과가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와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담당한다. 전담팀이 별도로 존재하는 일원화된 체제다.

반면 경기도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도청 문화체육관광국 콘텐츠산업과, 고양시청 도시혁신국 도시개발과 등이 CJ라이브시티 건립 예정 부지였던 고양 방송영상밸리 관련 정책을 담당한다.

“8년 중 4년쯤을 인허가 등 행정절차 진행”

CJ라이브시티는 건립이 오래 걸린 이유로 긴 행정절차를 꼽힌는다. CJ라이브시티가 조성되는 부지를 가로지르는 한류천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류천은 주위 오염수가 유입돼 바람 부는 날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악취 문제를 두고 경기도가 담당할지, 고양시가 담당할지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걸렸다는 점이다.

복잡한 행정절차 문제는 지방자치단체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보통 서울시청, 인천시청, 경기도청 등은 광역 지방자치단체로 분류한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상위 단체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시·군·구청을 말한다. 고양시청과 서울시 도봉구청은 같은 기초 지방자치단체다. 주소에도 나타난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서울아레나는 서울시 도봉구 창동이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CJ라이브시티 협약이 체결되고 여태 8년여 시간 동안 50개월의 시간이 행정절차를 준수하는데 사용됐다”며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 현 상황이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1월 7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스피어에 CES 참가 기업의 광고가 상영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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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도 아레나급 공연장 필요

아레나급 공연장 한 곳은 연간 관광객 수백만명을 유치해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지역경제 낙수효과를 낸다. 세계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레나급 공연장 같은 복합문화단지를 설립하려고 하는 이유다.

CJ라이브시티는 동명의 복합문화단지가 건립될 경우 10년간 30조원쯤의 경제 파급효과와 일자리 20만개 창출, 매년 1조7000억원쯤의 소비 창출 등을 예상했다. CJ라이브시티 예상치를 기준으로 2021년 경기도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 도내 총생산량 13조2653억원을 비교해도 CJ라이브시티 하나에서 나오는 지역경제 파급력은 상당한 수준다. 

이는 경기도 하남시가 미국 스피어사의 첨단 복합문화시설 ‘더 스피어’를 하남시에 건립하기 위해 행정절차 패스트트랙(간소화)를 추진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대형문화시설 하나 만으로도 지역경제가 눈에 보일만큼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아레나급 공연장과 관련 인프라 시설이 경기도 입장에서도 필요했기 때문에 당초 복합문화단지 건립을 추친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레나급 공연장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주변 지역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CJ라이브시티와 비슷하게 시작한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먼저 건립된 건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조원 규모의 글로벌 팬덤 경제를 경기도 고양시에 이끌어오겠다던 CJ라이브시티는 무산됐지만 경기도가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을 포기한 건 아니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처럼 민간 주도로 개발하던 방식을 공공주도 공영개발로 바꿀 계획이다. 여태 공공이 주도·운영하는 공공시설물·조형물은 뚜렷한 성과 없이 적자를 내는 흉물 취급을 받는다는 우려를 경기도와 고양시가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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