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플랫폼이 중소상공인에 제공하는 혁신의 기회를 해치고,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인 자국 플랫폼 육성도 저해한다는 이유다. 업계는 설익은 규제는 되돌릴 수 없는 역효과로 이어진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4일 서울 서초구에서 ‘신 보호주의 속 플랫폼법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제89회 굿인터넷클럽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국장,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팀장이 패널로 참석해 온플법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 발의됐던 온플법 내용과 비슷하다. 총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인 사업자 또는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한 판매액이 3조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대니얼 소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로스쿨 교수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1년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플랫폼 경제를 위한 반독점 지침’을 시행했으나 벤처투자 건수 26.7%, 신규 스타트업 수는 18.7% 감소했다. 중국에서의 온플법 모의고사가 이미 투자와 창업 위축이라는 실패로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국회의 온플법 제정 추징은 최근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조에도 반한다. 정부는 지난 3일 역동경제로드맵을 발표하고, 플랫폼 사업자 대상 자율규제 근거를 마련한 전기통신사업업 개정안을 추진했다. 기재부, 공정위, 농식품부, 중기부까지 참여해서 플랫폼 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고 여러 주체의 입장을 대변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온플법 도입은 이와는 정확히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팀장은 “플랫폼 규제로 인해 벤처기업의 혁신 시도가 위축되고,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외면할 것”이라며 “벤처기업이 엑시트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인데, IPO시장은 얼어붙은 상황이고 빅테크의 규제 영향으로 인수합병 여력 또한 사라진다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는 망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순교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국장은 “설익은 규제로 인해 토종 플랫폼이 고사하고 해외 공룡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지배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라며 “한번 생긴 규제는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우며, 규제가 당초 목적과는 달리 여러 역효과를 발생시켜도 복구할 길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플랫폼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 미래 첨단기술시대의 핵심 자산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플랫폼의 발전은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통한 플랫폼 전체 생태계의 발전을 의미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은 플랫폼의 맹목적인 규제가 아닌 보호와 육성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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