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이동통신용 주파수 면허(라이선스)를 10년간 무상 연장하기로 했다. 주파수 재할당 여부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술 혁신과 망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도 2026년 3G·LTE용 주파수 할당 기간 종료를 앞둔 만큼 해외 주파수 재할당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경제디지털혁신부는 통신사가 경매를 통해 할당 받은 모든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 사용 허가를 10년간 무상 갱신한다고 발표했다. 라이선스 연장은 2G·3G·LTE에 사용되는 800㎒, 900㎒, 1.8㎓, 2.1㎓, 2.6㎓ 대역을 비롯해 5G 대역인 3.5㎓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스페일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를 비롯 마스오렌지, 보다폰 에스파냐 등은 재할당 비용 없이 10년 이후 만료되는 기존 주파수 면허를 10년간 더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조치로 사업자는 수억 유로를 절약할 수 있으며, 해당 재원으로 망 구축 및 기술 혁신에 적극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할당한 700㎒와 26㎓ 대역의 경우 이용기간이 20년이다. 커버리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20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과거 할당한 주파수 대역도 연장 기간을 10년 늘린 것이다.
라이언스 만료 시점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랐다. 유럽연합(EU)은 전자통신에 관한 규정(EECC) 제49조에서 20년의 주파수 라이선스 기간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모든 주파수 대역의 용도변경도 자유롭게 허용하기로 했다. 무상 연장을 통해 주파수 이용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대신, 3G·LTE 대역의 5G·6G 용도 전환을 촉진해 네트워크 고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2026년 3G와 LTE용 주파수 이용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800㎒·900㎒·1.8㎓·2.1㎓·2.6㎓ 대역으로 스페인이 무상 연장한 대역과 겹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재할당 정책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입장에선 재할당 대가 자체가 부담 요소다. 앞서 2021년 재할당 당시 정부가 산정 대가로 최소 3조1700억원을 책정했던 만큼 이번 재할당을 위해서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스페인 결정은 주파수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제거함과 동시에 투자 촉진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유도한 의미있는 사례”라며 “우리나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재할당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