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D램 생산기지인 평택, 우시에서 생산량을 끌어 올리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는 범용 D램뿐만 아니라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주요 생산라인의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올 2분기 D램 웨이퍼 생산량은 전 분기 대비 27% 늘어난 82만장(합산) 수준으로 추정됐다. 삼성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경영진에서 D램 웨이퍼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오는 3분기에는 88만장, 4분기에는 90만장 수준으로 D램 웨이퍼 투입량을 늘려 4분기에는 최대 생산능력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우시 공장, 이천 캠퍼스의 M16 라인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HBM용으로 빠져나가는 D램 물량이 늘면서 기존 범용 D램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두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주요 매출처는 기존 범용 D램 시장과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 시장이다. HBM의 경우 최선단 D램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HBM 매출이 늘어날수록 D램 공급량이 줄게 된다. 두 회사가 D램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 또한 HBM으로 빠져나가는 물량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부터 D램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기 시작, 4분기에는 공급 부족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PC, 모바일 등 D램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렌드포스는 “HBM에 소요되는 D램이 점점 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내년 비트(bit) 기준 D램 생산능력이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D램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D램 공정을 현재 주력 제품인 1a(4세대 10나노급)에서 1b(5세대 10나노급)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D램 공정을 전환하는 과도기에는 생산라인 설비가 정지되거나 유지보수를 거쳐 일부 로스(loss·생산량 손실)가 발생하기 쉽다.
통상 HBM은 D램보다 수익성이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범용 D램에서 나오는 매출·영업이익도 외면할 수 없다. HBM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메모리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HBM 비중이 연내 최대 15~20% 수준일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공간 확보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평택 캠퍼스에 D램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M16X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D램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공간이 여의치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침체로 적자가 불어나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클린룸 확보에 필요한 투자를 미뤘다”면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먼지를 차단하고 기온과 습도 등 환경 조건을 유지해 주는 클린룸을 확보한 다음 장비를 반입해야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는데 1~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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