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기아 카니발이 국내 대형차 부진 속에서도 나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카니발은 올해 상반기(1~6월) 내수 시장에서 4만4868대가 팔렸다. 이 기간 카니발보다 많이 팔린 차량은 같은 회사의 중형SUV 쏘렌토(4만9588대)가 유일하다.
올해 상반기 카니발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3만9350대)보다 14% 늘어난 실적이기도 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와 금리 부담으로 국내 대형급 차량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베스트셀링카를 차지한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3만3370대로 전년 동기보다 47% 나 줄었다. 기아 준대형세단 K8(1만478대, -51%), 현대차 대형SUV 팰리세이드(1만477대, -55%) 등 인기 모델들도 판매량이 절반 가량 감소했다.
특히 카니발의 상승세는 국내 대형SUV 돌풍을 주도했던 팰리세이드 하락세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카니발은 1998년 1세대 출시 당시 미국과 일본 기업이 내놓던 다목적 MPV(미니밴)을 벤치마킹해 개발한 모델이다. 직접적인 라이벌은 현대차의 MPV 스타리아가 꼽혔다.
그런데 기아는 2020년 6년만에 내놓은 4세대 카니발부터 대형SUV 시장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4세대 카니발의 외관 디자인은 미니밴 특유의 뭉뚱한 디자인 대신 역동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실내 편의 기능을 강화해 프리미엄 패밀리카로서 활용도를 높였다.
이는 직전해 팰리세이드가 예상외로 흥행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기존 대형SUV 모하비는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정통SUV로 승차감을 중시하는 도심형SUV와 성격이 다르다. 팰리세이드 형제격 차량으로 텔루라이드는 미국 생산 모델로 국내 도입을 위해선 시간과 자금이 필요했다. 결국 카니발을 활용하는 차선책이 지금에 와선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카니발의 강점은 공간이다. 카니발은 전장 5155mm, 전폭 1995mm, 전고 1775mm 그리고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3090mm다. 각각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160mm, 20mm, 25mm, 190mm 크다. 짐을 싣거나 캠핑용으로 쓰기엔 카니발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카니발은 차문을 옆으로 여닫는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대체불가능한 장점이다. 짐을 싣고 내릴 때 편할 뿐만 아니라, 주차장이 좁은 국내 사정상 카니발처럼 큰 차에서 내리고 타기 한층 수월하다.
카니발 HEV(하이브리드) 모델을 발 빠르게 적용한 기아 경영진의 판단도 판매량 상승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작년카니발 HEV는 작년 11월 4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부터 추가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카니발 판매량 가운데 HEV 비중은 53%로, 디젤(29%)과 가솔린(18%)을 합친 것보다 높다.
현대차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내년초 완전변경(풀체인지) 예정인 팰리세이드에 기존 1.6 HEV보다 배기량과 출력을 키운 차세대 HEV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