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반기 시작과 함께 지난 2월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던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시장 실패’가 우려된다며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유형인 ‘사전 규제’ 입법을 보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한국공정거래학회와 함께 ‘한국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했다.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운용체계(OS)·검색·앱마켓 등 주요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독과점이 고착화되고 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플랫폼 시장의 경쟁 회복과 소비자 보호는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DMA를 제정하고 이미 그 시행에 들어간 EU는 영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여러 나라들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는 소수 지배적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쟁정책은 입에 쓰지만 결국 몸에 좋은 약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학계에서는 공정위가 업계 반발에 대체까지 검토 중인 플랫폼법 ‘사전지정제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합성과 공정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EU DMA처럼 사후규제를 사전규제로 전환해야 법의 집행력이 높아진다는 취지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후규제의 경우에는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에 주관성, 자의성이 많이 개입되므로 비합리적 영향력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면서 “반면 사전적으로 규정을 명확히 정해두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규제가 게이트키퍼(사전규제 대상)의 혁신을 감소시켜 후생을 저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곧 DMA에 대한 비판점이 될 수 없다”면서 “DMA는 모든 행위를 사전규제 대상으로 두지 않고 사후규제의 문제가 큰 행위만 선별해 사전규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업계는 사전규정을 만들 때는 시장실패를 정확히 확인해야 하고, 한국에서는 DMA 유형 법안 입법을 보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신동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유럽 프라이버시 보호법을 핑계로 경쟁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경쟁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정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제한을 이용해 경쟁사에 대한 정보 흐름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특정 매출과 이용자 기준을 넘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사전 규제가 시행되면 벤처 업계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대형 플랫폼이 시장교란 행위를 하면 이를 기존의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조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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