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5개월 연속 성장했다. 의정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2차병원으로 환자 수요가 지속된 데다 장기처방이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제약사 역시 상반기 매출을 선방하면서 의정 갈등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5월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판매액)은 2조57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4734억원 대비 4.2% 증가했다. 최근 4년간 5월 실적 중 가장 높다.
올해 들어 국내 의약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은 2조6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성장했다. 이후 2월 8.4%, 3월 3.7%, 4월 4.7%, 5월 4.2% 등 지난해 12월(-1.3%)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며 촉발한 의정 갈등이 4월부터 의대 교수까지 휴진에 동참하며 심화됐지만, 의약품 판매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빅5’ 병원을 포함해 전국 수련병원들은 일제히 입원·수술이 평시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줄면서 의약품 수요 역시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필수제인 수액부터 고가 항암제까지 대형병원 수요는 일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형병원들은 의약품 구매를 월 또는 분기 단위로 구매하면서 당장 공급이 크게 줄지 않은데다 환자들이 2차 병원으로 옮겨 진료·치료를 계속 받기에 절대적인 의약품 수요는 비슷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여기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환자 다수가 장기 처방을 원하면서 의약품 구매는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제약사들도 우려와 달리 상반기 실적을 선방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빅5’ 제약사 중에선 올해 상반기 기준 종근당(-2.1%)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 하락할 뿐 유한양행(3.4%), 녹십자(3.7%), 한미약품(12.3%), 대웅제약(1.9%) 등 대부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의정 갈등 여파가 상반기에는 크지 않았지만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직간접적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당장 의약품 공급이 크게 줄진 않겠지만 영업·마케팅에 차질을 빚으면서 향후 사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하반기 갈등이 봉합되고 대형병원 입원·수술 가동률이 올라갈 경우 올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작년을 넘어 사상 최대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31조4513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성장했다. 연간 시장 규모로는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는 5월까지 지난해와 비교해 모두 성장한 만큼 하반기 실적만 받쳐 준다면 신기록 작성도 어렵지 않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입원, 수술이 크게 줄었지만 2차 병원과 전문병원이 이 수요를 흡수해 의약품 공급을 유지했다”면서 “최근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여론이 악화되면서 의사들도 부담을 느낀 만큼 더 이상 진료, 수술을 중단할 수 없어 하반기에도 실적이 크게 나빠질 요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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