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R&D 예산 24조8000억원
삭감 전 2023년도 예산 수준 ‘복구’
하지만 PBS, 처우 등 아쉬움 목소리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복원에도 성과주의예산제도(PBS), 출연연구기관 연구자 처우 등을 놓고 과학기술계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PBS로 연구가 파편화 돼 있는 데다 질보다는 양에 집중한 연구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R&D 예산 삭감 후 복원이 이뤄진 만큼 연구원들 사기 진작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선 2025년도 R&D 예산을 24조8000억원으로 배분·조정했다. 이는 2023년도 예산(24조7000억원) 수준이다. 전년 보단 약 1000억원 늘었다.
앞서 정부는 2024년 R&D 예산은 21조9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약 3조원 삭감한 바 있다. R&D 예산이 삭감된 건 1991년 이후 33년만에 처음이었다. 예산 삭감으로 과학계 반발이 거셌지만 정부는 ‘나눠먹기식 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2025년 다시 예년 수준만큼 복원된 것이다.
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선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R&D 생태계 역동성 및 지식 유동성 활성화 추진방안도 의결했다. 자체 정원 자율화, 인건비 경직성 완화, 연구 사업 예산 유연성 강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번 방안에 대해 현장에선 PBS 개선안 부재 등 볼멘소리가 지속 나오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인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인건비 자율성 강화, 정원 자율성 등이 개선된 건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하지만 PBS 개선이 되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PBS는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이 기관고유사업 등을 포함한 정부로부터 받는 출연금 외 국가 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출연연별 중복 업무 수행 등을 방지하기 위해 1996년 첫 시행됐다. 연구 사업 기획이나 예산 배분, 수주 및 관리 등 연구 관리체계 전반에 대해 프로젝트 단위를 중심으로 경쟁 체제로 운영한다.
연구 현장에서는 PBS 제도가 연구비 수주 경쟁을 유도하고, 연구 질보단 양에 집중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구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만 진행돼 창의적이고 질 높은 연구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방 원장은 “파편화된 PBS가 국내 연구 현장에선 가장 큰 문제다”며 “기초연구에서는 소규모 연구가 중요하지만, 상용 기술에서는 대형 연구가 필요한만큼 묶음 예산 방식이 PBS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연구노동조합은 R&D 예산 원상복구를 넘어선 무너진 연구 생태계 재구축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공공연구노조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내년도 R&D 예산은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자 조삼모사식으로 지난해 삭감됐던 예산을 원상복구 수준으로 회복했을 뿐”이라며 “지난해 갑작스럽게 R&D 예산 삭감으로 박사후연구원과 비정규직 신진 연구자들은 국내를 떠나 해외로 자를 옮겼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연구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상복구를 넘어 보여주기식이 아닌 현장 의견이 반영된 예산 증액으로 연구자들 안정적 연구환경 구축과 처우 개선, 떨어진 연구자들 사기를 높일 방법을 조속히 강구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PBS 문제는 과제 파편화다. PBS 제도 자체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며 “PBS 제도에서 파생된 문제인 ‘과제 파편화’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출연연 혁신방안에 국가과학기술연구실(NSTL) 도입 등 내용을 담았다. 기관들간 개방형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과제를 대형화하기 위한 것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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