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젝트 좌초에서 기적을 일으키기까지
지난 2018년 국내 게임쇼 지스타에서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네오플이 독특한 게임 4종을 공개한 바 있다.
네오플에서 소규모 개발팀으로 꾸려진 스튜디오42는 작지만, 독창적인 게임을 선보이며 작은 화제를 모았다.
이 중에는 해양어드벤처를 테마로 한 독특한 감성의 게임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주로 찾아볼 수 없던 해저 탐험의 재미를 담은 이 게임은 순조롭게 제작되는 듯 보였으나 갑작스레 팀이 해체되면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 2018년 버전 ‘데이브 더 다이버’
그렇게 기억에서 잊힐 무렵 지난 2022년 넥슨은 소규모 개발 브랜드 민트로켓의 출범 소식을 알렸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며 그동안 넥슨에 없던 시도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민트로켓은 이름만큼이나 상큼한 시도로 느껴졌다.
그리고 민트로켓이 선보이는 첫 타이틀이 공개됐다. 아쉽게 개발이 취소됐던 스튜디오42의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였다.
게임 업계에 통용되는 현실적인 조언 중 ‘한번 프로젝트가 접힌 게임은 다시 제작될 수 없다’란 말이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출시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업계의 불문율을 깨트리며 멋지게 성공을 거뒀다. 이런 사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도 흔하지 않다.
한 번 취소됐던 프로젝트로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허가한 회사와 포기하지 않고 돌아온 개발진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 BAFTA 수상 “우리가 젤다의 전설을 이겼어요”
민트로켓을 통해 선보인 ‘데이브 더 다이버’는 초기 버전보다 콘텐츠와 재미에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외국에서 먼저 입소문을 타며 PC와 닌텐도 스위치 버전에 이어 PS4, PS5까지 출시하며 3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GDC, 더 게임어워드와 함께 3대 게임 시상식으로 꼽히는 ‘영국영화텔레비전예술아카데미(이하 BAFTA) 2024’에서 게임 디자인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게임 디자인은 마치 건축의 설계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게임의 재미를 구성하고 규칙을 만들며 플레이어가 처음 게임을 접하는 순간부터 게임을 끝내는 순간까지의 과정은 모두 게임 디자인에 포함된다.
좋은 게임 디자인이란 계속해서 게임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까지 출시된 뛰어난 게임 모두 게임 디자인에서 탁월한 면을 보여줬다.
따라서 게임 디자인상은 게임 제작자에게 있어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그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올해의 게임’이 가장 큰 영광이라면 게임 디자인상은 그다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부분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가늠하는 게임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수상은 인상적이다.
더구나 함께 경쟁을 벌였던 게임은 지난해 최고의 게임으로 꼽혔던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과 ‘스파이더맨 2’였다.
‘데이브 더 다이버’를 제작한 황재호 디렉터는 수상 소감에서 “우리가 젤다의 전설을 이겼어요”라고 말하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작은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로 꼽히는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 데이브 더 다이버의 사례가 특별한 이유
국내 게임 업계가 콘솔과 패키지 게임에 관심이 높아진 지금 ‘데이브 더 다이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유행하는 장르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게임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 해외 게임 시장은 먼저 주목했다.
특히,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을 타며 게이머에게 알려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황재호 디렉터는 과거 인터뷰 자리에서 “우리 게임을 웰메이드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의 바람처럼 ‘데이브 더 다이버’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소개되고 있으며 최근 진행된 ‘고질라’ 협업 DLC도 호평받고 있다.
‘데이브 더 다이버’의 흥행은 입소문을 타며 슈퍼스타가 된 소규모 게임과 궤를 같이한다.
친숙한 장르에 규모만을 키운 게임으로 치열한 해외 게임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어려운 상황이다. 작아도 참신함을 갖춘 게임이 오히려 큰 게임보다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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