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산하 독립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여태껏 없던 재미 선사
“출발은 크래프톤 독립 스튜디오로서 AI(인공지능)를 통한 새로움에 도전하는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도전만 할 생각은 없어요. 우린 연구조직도, 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조직도 아닙니다. AI(인공지능) 게임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자생하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예요.”
지난달 27일 역삼 크래프톤 사옥에서 만난 김민정 렐루게임즈 대표의 어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 산하 11번째 독립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렐루게임즈를 이끌고 있다. ‘딥러닝과 게임의 융합’을 비전으로 둔 40여명 규모의 개발사다.
렐루게임즈는 초창기부터 남달랐다. 2020년, AI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의지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김 대표는 “의장님한테 AI는 유레카와 같았다. 내외부에 알리지 말고 몰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하셔서 이름도 ‘스페셜 프로젝트’였다”며 “의장님 비전에 공감해서 시작했고 지난해 6월 이젠 나가서 빠르게 도전하라는 말씀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승용 CTO(최고기술책임자)와 함께 공동 대표 격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사업 분야에 경험이 많은 김 대표가 총괄 역할을, 개발자로 오랜 역량을 쌓아온 신 CTO가 기술 분야를 담당한다. 김 대표와 신 CTO 모두 게임업계에 20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들이다.
렐루게임즈는 올해 실험적인 게임 2종을 선보였다. 지난해 5월 얼리 엑세스 버전을 출시한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은 센세이셔널한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마법 주문을 외치며 전투를 진행하는 음성 역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고전보단 반항’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김 대표는 “우린 누구나 게임을 제안할 수 있는데 즈큥도큥은 새내기 PD가 추진한 프로젝트였다”며 “누구 하나가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면 초반엔 우르르 몰려서 보다가 어느 순간 마법 주문을 외치는 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때가 왔다. ‘우리 모두 항마력이 생겼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개발 일화를 소개했다.
렐루게임즈는 업계 파장을 일으킨 즈큥도큥에 이어 한 달 만에 신작 ‘언커버 더 스모킹건’으로 다시 시장을 찾았다. 탐정이 돼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게임인데, 로봇 용의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심문하며 증거를 파헤치는 것이 특징이다. 오픈AI의 GPT-4o를 적용해 자유도 높은 대화를 보장한다.
신 CTO는 “언커버 더 스모킹건은 단순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AI에게 질문해 답변을 얻는 과정)만 적용됐다기엔 굉장히 많은 노하우가 들어가 있다”며 “GPT-4o에 한 번 갔다 오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왕복하기 때문에 이 단계를 최대한 줄이면서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가진 답변이 나오게 할지 숙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게임의 핵심 재미는 로봇 NPC와 어떤 대화든 나눌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존 선택지형 게임이 주는 게임과 완전히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와 신 CTO는 AI가 지금까지 개발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재미나 장르를 탄생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신 CTO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개발에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개발 효율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렐루게임즈처럼 게임 자체의 재미에 딥러닝을 접목하려고 노력하는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민정님과 저의 믿음인 거다”라며 “지금까지는 개발자들이 시나리오나 대사를 한땀 한땀 만들어서 제공했다면 거기서 일부를 딥러닝으로 대체했을 때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게임 플레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바쁘게 달려온 렐루게임즈의 1주년을 되돌아보며 “렐루게임즈는 성장을 위한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개발과 사업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게 뿌듯하다”라며 “개발자들이 하고 싶은 게임을 자아실현에 머물지 않고 상업적인 성공까지 누리면서 성장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단히 훌륭한 팀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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