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마음의 소리> 볼 때는 김준구 대리였는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소식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준구 형, 준구 대리가 주목 받고 있다.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담당하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다. 그는 나스닥 상장을 이끈 인물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웹툰 서비스의 작가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해외 진출을 주도했다. 웹툰 독자들에겐 인기 작가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친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샐러리맨의 신화? 덕업일치 준구형
초창기 네이버 웹툰 작가들의 작품에선 김준구 대표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마음의 소리>에선 마감을 독촉하는 담당자로 여러차례 등장한다. <이말년씨리즈>에선 그를 “작가들을 참기름 짜듯이 쥐어짜 만화를 그리게 하는 장본인. 평상시엔 온화하나 만화 한주 빵꾸나면 악마로 돌변한다. 기안84의 천적”이라고 묘사한다.
동료 직원이 2012년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한 작가가 게임에 빠지자 김준구 대표(당시 팀장)이 게임 서버에 들어가셔서 작가를 찾은 것도 있다. 기안84 작가의 집에 찾아가 마감을 압박하고 나선 2시간 동안 집 밖에서 TV를 언제 끄는지 지켜볼 정도였다고 한다.
김준구 대표를 지칭하는 표현 중 하나는 ‘샐러리맨의 신화’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대표가 됐다는 점에서 붙는 별칭이다. 그러나 이 표현만으로 그를 설명하긴 어렵다. 이례적인 커리어를 가능하게 한 건 ‘업무 능력’이 뛰어나서만이 아닌 ‘덕업일치’가 됐기 때문이다.
이말년 작가(침착맨)는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 봤을 때 과장이었는데 팀장님 되더니, 부장님 되더니, 대표가 됐잖아요. 이걸 보면서 헛된 희망을 품으면 안 돼요. 김준구님은 집에 안가. 가라고 해도 안 가. 회사 사장보다 회사를 더 사랑해야돼 그렇게 사장을 할 수가 있어.”
김준구 대표는 자타공인 만화광으로 웹툰 업무를 하기 전에도 만화책을 8000여권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해 개발자로 입사했으나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웹툰 사업부로 차출된 일이 계기였다. 처음 웹툰 사업을 맡았을 때는 종이로 된 만화책을 스캔해서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출판만화 시장이 점차 축소되던 상황에서 출판사와 작가를 섭외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고 한다.
“처음엔 저를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어요.” 김준구 대표가 2022년 네이버웹툰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내용이다. “어떻게 제작 자체가 어려운 시장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크리에이터들이 데뷔를 하고 유명해지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만화 산업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판을 바꾸는 새로운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작가 섭외와 관리, 그리고 동반성장
그는 2021년 tvN <월간 커넥트>에 출연해 이 마중물을 ‘작가 발굴 및 육성’ ‘보상 시스템’ ‘요일 연재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네이버 웹툰이 다른 웹툰 서비스와 갖는 차별점이면서 해외 진출을 하게 되는 경쟁력이 됐다.
네이버웹툰은 초창기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도전 만화’ 코너를 마련하면서 웹툰 시장의 판도를 흔들게 된다. 대표 작가인 김규삼, 손제호, 조석, 기안84 등을 김준구 대표가 영입했다.
김규삼 작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과 간담회에서 “출판잡지 연재에서 잘리고 시장에서 퇴출당했던 시절 김준구 사원이 전화를 줘 만나러 갔던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기안84 역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준구 대표가 없었다면 오늘날 자신이 없었다고 밝힌 적 있다.
조석 작가 섭외는 네이버웹툰의 운명을 바뀐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2006년 조석 작가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도전 만화’에 올린 만화를 눈여겨 본 김준구 대표가 정식 제안을 하게 되면서 <마음의 소리>가 탄생한다.
“연재하기 애매한데”라는 상사의 반응에 김준구 대표는 “제가 책임지고 할게요. 안 되면 사표 낼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마음의 소리> 연재는 네이버 웹툰이 가벼운 일상 소재의 정기 연재물로서 대중에게 자리매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마음의 소리>는 역대 최다인 누적 80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TV 시트콤으로 제작되는 등 여러 기록을 낳았다.
네이버웹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김준구 대표는 초기 작가들에게 “나는 네이버웹툰에서 1억 버는 작가를 만드는 게 목표야”라는 말을 종종 했다고 밝혔다. 당시로선 허황된 얘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네이버웹툰) 1등 작가는 124억 원을 번다. 전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작가 수익정보를 당당하게 까는 회사가 없다.”
해외 진출, 아시아의 디즈니 이뤄질까
김준구 대표는 다음 단계로 해외 진출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사원으로 들어와 웹툰을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기간이 36년이었는데, 이제 20년이 지났고 나스닥 상장도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제가 좋아서 시작했고, 웹툰작가라는 직업이 선망되고 웹툰이 산업으로 인정받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 아직 완벽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뿌듯하다”고 했다.
김준구 대표 체제의 네이버웹툰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섰다. 2014년은 그가 네이버웹툰 대표가 된 해이자 네이버웹툰이 해외 진출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네이버에 따르면 웹툰엔터테인먼트는 150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수는 1억7000만 명이 넘는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억8270만 달러(1조7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1억4480만 달러(약 2002억 원)다. 현재 네이버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국경을 넘어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유튜브’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본격적인 승부처는 IP비즈니스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기준 100개 이상의 스트리밍 시리즈 및 영화, 200개 이상의 책, 70개 이상의 게임 등 다양한 2차 장작이 이뤄졌다. 특히 IP사업을 통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김준구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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