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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 녹색전환을 위한 기후행동과 민관협력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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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

지난 5월은 인류가 평균기온을 측정한 이래 가장 더웠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밝혔다. 기상이변으로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등에서는 불볕더위 때문에 1500명이 넘게 사망했다. 사막기후인 두바이는 지난 4월 하루 만에 거의 1년 치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져 도시가 마비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최근 ‘극과 극’의 기상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동북부는 고온에 시달리는 반면, 로키산맥 일대는 눈이 내렸다. 최근 중국 북부 일부 지역은 40℃가 넘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남부 지역은 연일 기록적인 강수를 동반한 폭풍우와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상이변이 더욱 자주 발생하고, 그 강도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날씨가 비정상적으로 이상해지는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우리나라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고, 1인당 배출증가폭을 보면 2030년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후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강수량, 가뭄, 기온 등 각종 지표가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경신해 나가고 있다. 이와같은 ‘기후위기’ 또는 ‘지구 이상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이를 막기 위한 ‘기후행동’은 더디고 미미하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활용해 생산, 유통, 소비하는 일상에 매몰된 삶 속에서 기후행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화석연료 위주에서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반영한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생산, 유통, 소비하는 사회구조로 바뀌어야 우리의 지구는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한국환경보전원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고자, 그 역할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녹색전환’으로 정했다. 원의 주요 업무는 환경보전에 관한 조사연구, 기술개발 및 교육·홍보, 생태복원인데, 모두 녹색전환과 관련있다.

이 중 환경교육은 전 지구적인 기후문제 해결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미래 녹색전환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그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푸름이 이동환경교실’에서 지금까지 100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환경교육을 받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버스를 개조해 교실을 만들다 보니 교육효과가 반감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7억원을 투자해 맞춤형 수소 차량을 주문 제작해 이 프로그램을 확대 발전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올해 운영비 예산 확보에 실패해 수소 차량을 이용한 환경교육이 중단될 위기에 봉착했다. 이 가운데 환경교육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비를 지원해 ‘푸름이 이동환경교실’을 상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원 입장에서 환경교육 분야 녹색전환을 중단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국민들은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환경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어 일거삼득 효과가 나타났다.

원은 20여년간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그 면적이 여의도의 25배에 달한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훼손된 지역을 생태복원해 생물다양성을 증진하고 탄소중립에 기여해 왔다. 생태복원 사업은 4대강 주변의 수변구역을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과거의 산업단지, 축산단지, 훼손된 그린벨트 등 생태복원이 필요한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태복원을 더 효과적이고 폭넓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민간기업의 ESG 사업과 정부의 생태복원 사업을 연계한다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와같은 ‘민관협력 생태복원 ESG’ 사업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생태복원에 민간자본이 참여하게 됨에 따라 보다 많은 지역을 복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민들은 생태복원된 현장을 생태탐방 코스나 체험적인 환경교육의 장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민간기업의 입장에서는 ESG경영을 확산하는 것은 물론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적 이니셔티브인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TNFD 적용을 지지함에 따라 머지않아 기업들은 기후변화에 이어 자연관련 재무정보 등을 공개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보공개 결과 기업 활동이 자연자본을 손실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재무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활동이 지속가능하다면, 투자자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민관협력 생태복원 ESG’는 생물다양성과 자연자본을 증진시키는 사업이기에 TNFD 보고에 좋은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지난 6월 초 민간기업, 관계기관 등 50여곳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협력 생태복원 ESG’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중 몇몇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과연 사업에 참여할 첫 번째 기업은 어디가 될 것인가? ‘기후위기’ 또는 ‘지구 이상화’을 극복하는 것은 침묵하는 다수나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먼저 한 발 내딛는 행동에서 시작된다.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

〈필자〉 신진수 한국환경보전원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세종사이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호서대 대학원 환경공학박사를 취득했다. 국립환경인재개발원장을 거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지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물통합정책국장을 맡았으며, 2021년 4월부터 2022년 7월까지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을 역임했다. 환경부 산하 ‘환경보전협회’가 ‘한국환경보전원’으로 변경된 후 지난해 12월 초대 원장으로 취임, 환경 전문가로서 녹색전환 사회 실현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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