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젠슨 황 만나 ‘AI 주권’ 협력 논의
네이버, 과거 삼성전자·인텔과 잇단 협업…反엔비디아 전선 구축
네이버 가세로 엔비디아 생태계 더 공고해질 듯
“인텔 아니고 엔비디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가 되물었다. 비슷한 얘기는 다른 관계자에게서도 니왔다. 그는 “삼성도 아니고 엔비디아?”라고 했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반(反) 엔비디아 전선 최선봉에 섰던 네이버가 파트너십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삼성과 손잡고 AI 칩을 만든다거나, 인텔과 AI 가속기 검증 실험을 하는 등의 모습으로 엔비디아의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선 바 있다. AI 칩 디자인과 생산은 삼성전자 등이 맡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네이버가 맡는 식이다. 실제로 이달 초 컴퓨텍스에서 인텔 겔싱어 CEO는 협력사 중 하나로 네이버를 언급하기도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 네이버는 “특정 기업(엔비디아)의 칩으로 AI 하드웨어 시장이 독과점화되고 있다. AI 격차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AI 생태계를 넓히기 위한 협력에 속도를 냈다. 엔비디아가 폐쇄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고객사를 묶어두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에 반기를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해진 GIO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계에선 필요에 따라 흩어지고 손을 잡는 식의 ‘파트너십 재편’ 사례로 보고 있다. 달리 말해 ‘반(反) 엔비디아 동맹’이 깨졌다는 얘기다. 앞서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 중인 AI 반도체 ‘마하’의 주도권을 두고 미묘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네이버가 수년간 공들인 AI 기술 시장의 패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네이버 역시 “자사와 엔비디아는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대표 기업”이라며 “앞으로 긴밀한 협업을 통해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가세로 엔비디아의 AI 생태계는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 최근 엔비디아는 업계 최고 사양의 AI 가속기 ‘H100’·’H200’ 판매를 본격화한 데 이어 이보다 성능이 2배 이상 뛰어난 ‘B100’ 출시까지 앞두며 후발 주자와의 격차 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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