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가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캐스퍼 일렉트릭’과 ‘그랑 콜레오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기대작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지만 참가한 완성차 업체가 7곳뿐이어서 국제 모빌리티 행사라는 위상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차는 부산모빌리티쇼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언론사 대상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최초로 공개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의 내연기관 캐스퍼를 전동화 모델로 바꾼 차량이다. 앞뒤 바퀴 축 사이의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가 기존 모델 대비 180mm 늘어나 2열 공간이 더 커졌다. 트렁크 쪽도 100mm 길어져 적재 용량이 47L 늘어났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격은 2000만 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보조금까지 받으면 실구매가는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기아의 ‘레이EV’가 리튬인산철배터리(LFP)를 장착해 2000만 원대로 판매되는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더 비싼 삼원계 배터리(NCM)를 장착했는데도 비슷하게 가격을 맞췄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를 사용한 덕에 원가를 절감했다. 레이EV는 1회 충전에 205km를 가지만, 캐스퍼는 315km까지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가 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부산모빌리티쇼를 찾아 30분가량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코리아 등의 부스를 둘러봤다. 정 회장은 특히 현대차 전시장의 캐스퍼 일렉트릭을 유심히 살펴보고 뒷자리에 착석해보기도 했다. 정 회장은 “국내 시장과 소비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점검차 참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요 창출 측면에서 캐스퍼 같은 차량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전기차가 슬로 다운(침체)된 부분도 있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 공개 행사에도 취재진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중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오로라1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알려졌던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의 첫 번째 SUV인 콜레오스의 이름을 계승했다. 콜레오스는 국내에선 QM5·6로 판매되던 모델의 수출명이기도 하다. 여기에 그랑이라는 단어를 더해 기존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성규 르노코리아 기술개발(R&D)본부장은 “국내 출시 차량 중 1열에 3개의 스크린이 적용된 것은 그랑 콜레오스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기대작들이 나왔지만 국제 모빌리티 행사의 위상을 이어가려면 좀 더 많은 참가 업체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왔다. 전성기 시절 부산모빌리티쇼는 부산 벡스코 1·2전시장을 모두 사용했으나 올해는 1전시장(2만6508㎡)만 사용했다. 전시장 입구 기준으로 왼쪽 끝의 기아 부스에서 반대편 끝의 현대차 부스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전시장이 단출했다. 이전에 비해 체험형 행사도 많이 추가했으나 신차의 경우 시승용 차가 없거나 차량 수가 매우 부족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격년으로 열리는 부산모빌리티쇼가 2년 뒤에도 개최가 가능할지 걱정될 정도”라며 “세계적으로 모터쇼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부산모빌리티쇼도 살아남으려면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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