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상반기 매출 신장에도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의정 갈등 여파도 영향을 미쳤다. 하반기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고 기술수출 성과까지 이어질 경우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빅5’ 제약사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소폭 증가 또는 현상 유지가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최대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1위 유한양행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9714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6.6%나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뒤를 이어 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8119억원, 영업이익 611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7% 늘지만 영업이익은 28.7% 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매출(6857억원)과 영업이익(636억원)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빅5’ 제약 중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 모두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매출은 소폭 하락한 7451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술수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한 유일한 ‘빅5’ 제약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7906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35.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 영업이익 1위는 물론 매출 기준으로도 종근당을 넘어서 3위로 치고 오를 전망이다. 로수젯, 아모잘탄 등 복합신약이 실적 확대에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약사들의 수익성 하락은 구조적 문제와 함께 대외 변수까지 더해지며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으로 국내시장에선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임상시험과 현지 마케팅 등 투자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의정갈등 여파까지 덮치며 영업이익 하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해외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초기 단계임에도 적극적인 기술 수출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독감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늘어나고 해외진출 시도가 활발히 예고된 만큼 반등 기회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실제 녹십자는 오는 7월 미국 내 혈액제제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 출시가 예정됐으며, 유한양행 역시 이르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폐암 항암 신약 ‘렉라자’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도 최근 보툴리눔 톡신 ‘누시바’를 유럽 5개국에 출시했으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도 하반기 글로벌 판매지역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하반기는 전반적인 의약품 수요 확대 속에서 상반기에 이어 기술수출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빅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라이선스 아웃이 발생할 경우 기술수출 성과가 정점이던 2021년 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