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dict
유러피언 프리미엄 스포츠 전기 SUV. 된다 싶은 건 다 갖다 붙였다
GOOD
– 디자이너가 대표가 차를 만들면 이렇게 된다
–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직결감 꽉찬 핸들링
BAD
– 볼보 아니고 폴스타. 아니라고 볼보!
– 퍼포먼스도, 주행거리도 그럭저럭
Competitor
– 볼보 XC40 리차지 : 더 SUV답게 디자인도 떨어지지 않는데다 보증도 길다
– 기아 EV6 : 폴스타2가 받고 싶은 상들은 대부분 이 차가 가져갔다
옵션 욕심 없다면 417km 싱글모터 추천, 폴스타 2 시승기 Polestar 2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디자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안전과 퍼포먼스는 최근 대체로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폴스타2는 매끈한 디자인과 독특한 실루엣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여러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자동차에 관심 없는 누구라도 훔쳐볼 만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폴스타의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 대표가 이미 폭스바겐과 볼보를 거쳐 장인의 반열에 오른 자동차 디자이너이기 떄문이다. 그가 그려낸 2세대 볼보 XC90은 자동차 디자인의 힘을 여실히 드러낸 증거였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직후 그려낸 폴스타2 역시 볼보 산하의 전기차 브랜드에서 독립하던 당시의 것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힘이 움틀거리는 모델이다.
나는 폴스타 대표 토마스 잉엔라트와 수차례 인터뷰를 거치며 그가 가진 폴스타만의 철학을 귀담아 듣는 계기가 가질 수 있었다. 그는 폴스타에 관한 유러피언 프리미엄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폴스타2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는 압도적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스포츠카’라고도 덧붙이기도 했다. 대중들의 판단과 그가 소개한 폴스타의 방향성이 일치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매번 폴스타2를 시승하면서 느낀 소감은 “오래 단련된 단거리 육상 선수”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선 전체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볼보의 그늘아래 있다. 토르의 망치로 유래한 헤드램프 DRL이 우선 첫 시선을 묶어버린다. 여기에 그릴 대신 전기차 프론트 패널을 삽입한 전면부는 카메라와 폴스타 엠블럼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좌우로 넓게 배치한 범퍼 하단에는 독특한 안개등과 널찍한 벤트로 기능미를 살렸다. 폴스타2는 중형 차급에 해당하는 전기 크로스오버로 21인치로 키운 휠과 휠 하우스가 전체적인 차의 크기를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든다. 여기에 로커패널을 두껍게 키우고 캐릭터 라인을 삽입함으로서 차고를 낮고 넓게 시각화하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반면 A필러는 차의 전체 컬러와 배치되는 색으로 선정해 더욱 더 스포티하게 보인다. 리어뷰는 좌우로 크게 그려내 차폭을 강조하고 낮고 넓은 스포츠카의 프로포션을 강조하는 듯하다.
폴스타2는 이런 전체적인 색체를 크로스오버로서 실용성을 강조했다면 작은 부분에선 자동차 디자이너의 욕망을 가득 담았다. 우선 사이드 미러 커버 테두리를 없애 감각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휠 디자인 역시 기존 볼보에선 볼 수 없던 과감함이 엿보이는 데다 차 지붕 전체를 글라스 루프로 만들어 차안에서 폴스타 즉 ‘북극성’을 볼 수 있다. 다만 한낮에는 작렬하는 태양빛을 가릴 수 있는 차양막이나 햋빛의 투과도를 조절할 수 없다. 운전자의 대다수가 차를 운행하는 시간이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내에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욕망이 한층 더 과감하게 엿보인다. 우선 전체적인 디자인은 볼보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조수석과 운전자의 사이 위쪽에는 다시한번 폴스타 엠블럼을 삽입했다.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미학적 요소만 추구한 셈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폴스타의 맛을 더 진하게 투영시켰다. 여러 그래픽 요소를 폴스타만의 것으로 바꾸고 다양한 기능들 역시 폴스타로서 정체성을 강조한다.
시트는 편안하고 부드러웠으며 공간적으로도 중형차급 이상이라 느낄 정도로 안락하다. 스티어링 휠은 그대로 볼보의 것에서 엠블럼만 다르지만 기능적으로도 뛰어났고 미학적으로도 이질감은 없었다. 2열 역시 편의성이 뛰어나고 미학적으로도 보기 좋았다. 다만 전기차임에도 내연기관차시절부터 간직한 센터터널로 인해 좁아진 발공간은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번에 시승한 폴스타의 제원은 310Kw 출력에 78kWh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었다. 제원에 따라 싱글모터는 최대 주행거리 449km를 갈 수 있지만 시승차로 나선 듀얼모터 버전은 379km로 주행거리가 짧다. 하지만 막강한 퍼포먼스는 토마스 잉엔라트 대표가 말한 ‘유러피언 퍼포먼스 전기차’로서의 프리미엄한 감성을 느끼기기에 충분했다.
폴스타2는 특이하게도 시동버튼 즉 파워버튼이 없었다. 키를 소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차의 시작을 결정지을 수 있다. 전기차로 넘어온 내연기관차 소유자라면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발진부터 가속까지는 전기차로서의 장점을 십분 누릴 수 있다. 전동화 시대에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지점인데, 폴스타2는 여기에 스포츠 드라이빙이라는 독특한 감각을 부여했다.
하체가 탄탄하고 핸들링 반응성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코너를 찌를 듯이 밀어넣어도 허둥대지 않고 안정감있게 버텨냈다. 다만 평상시 주행에서는 다소 단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대체로 시내주행이나 짧은 거리에선 이 차의 단단한 승차감에 피로감을 쉬이 느낄 수도 있다. 시승기간에 동승한 여러 지인들에게 비슷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무릇 이런 스포츠 주행성은 만족하는 반응은 그다지 많지 않은 법이다. 대부분 더 편안한 승차감에 안락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폴스타2는 그런 면에선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하지만 주행성능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유럽식 자동차들이 가진 직결감과 솔직한 피드백이 뛰어난 차다.
전기차로서 폴스타2는 이 시대의 다른 전기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충분하다. 주행거리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충전속도나 어플리케이션 조작측면에서는 적응하기에 전혀 어려운 점이 없다. 흔히 전기차는 집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나로서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충전 인프라를 사용하기에 어려움을 느끼진 못했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오르는 전기차 충전비용이 더 크게 다가왔다. 가장 저렴한 시기는 지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꾸준히 오른다. 시승 도중 충전한 41.990kWh 충전량의 가격은 1만 4,578원이었다. 이로서 늘어난 주행거리는 200여km. 놀랍게도 환경부 급속충전기 충전요금은 22년 9월부터 100kw당 기존 309.1원에서 347.2원으로 올랐다. 아울러 듀얼모터 폴스타2는 너무 빨리 충전시기가 찾아왔다. 이전과 비교해 각각 32km, 45km 늘어났다곤 하지만 주행거리가 충분하다 체감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요금은 내연기관차에 비해서 썩 저렴하지도 않다.
폴스타는 볼보의 퍼포먼스 튜닝 파트너로 시작했다. 유러피언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를 표방하는 것은 숙명일 터. 폴스타2를 시승하기 시작한 직후 곧바로 이 차의 퍼포먼스를 체감할 수 있었다. 직선 주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그야말로 머리가 아득해 질 정도로 상당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급격한 회전구간에서도 한 축이 무너지거나 에이펙스 이후 롤링으로 인한 불쾌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
다만 이런 주행감각은 여전히 매우 적은 사람들에게만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기차로서 주행거리가 더 길고 안락한 주행감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터. 추천하자면 오히려 주행거리가 더 긴 싱글모터 버전을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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