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는 생활가전부터 TV, 전장 등 다양한 LG전자 전 제품군의 ‘두뇌’를 직접 설계·개발하는 반도체 연구조직 ‘SoC센터’가 있다.
애플·테슬라처럼 원하는 성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성능 테스트까지 하는 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을 담당한다. 칩 생산을 제외한 모든 핵심 기능을 모두 갖춘 셈이다.
LG전자 SoC센터는 지난 1992년 금성중앙연구소 ASIC(주문형반도체)센터로 출발했다. LG전자 제품 경쟁력 확보를 핵심 목표로 TV용 칩, 통신 칩 등 핵심 제품에 탑재하는 칩을 직접 설계한다. 올레드TV용 알파9과 알파11 AI 프로세서, 가전 전용 인공지능(AI) 칩 ‘DQ-C’도 SoC센터에서 탄생했다.
SoC센터는 30년 이상 TV 칩 분야에서 선도 기술을 축적해왔다.
지난 1997년 세계 첫 디지털TV 칩셋을 개발한 후 세계 최초 DMB 칩(2005년), 세계 최초 LTE 모뎀 칩(2008년) 등 디지털TV 시대의 개막과 상용화 확대 시기를 주도해왔다. TV와 모바일용 칩, 통신칩 등 TV SoC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2010년대 들어 디지털 TV 시장이 발전하면서 LG전자 SoC센터는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냈다. NPU(신경망처리장치) IP를 개발하고 세계 첫 8K TV 화질칩(2016년)과 가전 전용칩을 개발하는 등 제품 본질의 기능을 혁신하는 핵심 반도체를 선보이며 시장 선도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지난 199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디지털 TV로의 전환, 스마트TV 확산, AI 기반 제품 확대와 사용자 경험 혁신이 일어난 변곡점마다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핵심 제품을 빠르게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해왔다.
최근 상용화한 대표 기술은 LG 올레드TV에 적용된 ‘알파9·11 AI 프로세서’와 무드업 냉장고의 두뇌 역할을 하는 ‘온디바이스 AI 칩’이다. 전원선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앤 ‘LG 시그니처 올레드 M’ 핵심 무선기술인 ‘제로 커넥트 칩셋 솔루션’도 SoC센터의 치열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이같은 혁신 결과물은 서초 R&D캠퍼스에 함께 있는 CTO 산하 C&M표준연구소, 소프트웨어센터, 인공지능연구소 등과의 협업 시너지가 바탕이 됐다. 칩을 효율적으로 설계·검증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칩을 탑재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편의성을 고려하려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다.
각 연구소 간 긴밀한 협력은 LG전자 제품에 특화한 시스템반도체 솔루션 공급으로 이어져 전체 제품 차별화 경쟁력을 끌어내는 기반이 된다.
“LG전자의 미래 성장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반도체 혁신 일환으로 미래 반도체 기술인 칩렛(Chiplet)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진경 LG전자 SoC센터장(전무)은 칩렛 샘플을 직접 공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계는 여러 기능의 칩을 하나의 칩으로 단일화하는 시스템온칩(SoC)이 큰 흐름이었다. 칩의 각 기능을 분리해 작은 조각으로 따로 제조하고 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칩렛 기술이 SoC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 센터장은 “칩렛이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미래 준비 차원에서 칩렛 연구개발을 시작했다”며 “최근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도 칩렛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경 센터장은 가전용 온디바이스AI 칩 개발에서 LG전자가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온디바이스AI는 작은 AI 칩 자체가 아니라 SoC로 AI, 인터페이스, 특화 도메인 기능 등을 집적(인테그레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LG전자는 각 시스템마다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과 신뢰성에 최적화한 인터페이스 등을 기본적으로 보유해 다양한 가전에 최적화한 온디바이스AI 칩 개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LG전자는 TV·가전칩, 온디바이스AI 칩을 선도해왔고 주로 화질, 음질, 인식, 제어 기능으로 제품 기능 본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는 생성형 AI와 지속 발전하는 새로운 AI 알고리즘이 줄 수 있는 새로운 고객가치에 선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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