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구성했던 중복규제 방지 협의체가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사 담합 조사와 디지털플랫폼 정책을 두고 부처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협의체 부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와 산업계에서 제시된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와 공정위는 2010년대 초반까지 통신시장 규제를 두고 협의 체계를 가동했다.
두 부처는 2009년 ‘통신시장 불공정행위 중복규제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 협의회’를 개최했다. 중복제재 해소를 위한 합의문(MOU)도 채택했다. 당시 이기주 전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이후 방통위 상임위원 역임)과 한철수 전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이후 공정위 사무처장 역임) 등 고위 관료들이 만나 중복규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두 부처는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행위와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로 중복규제가 가능한 사건에 대해 조사·제재 ‘주관기관’을 선정키로 합의했다. 한 기관이 다른 기관에 요청하거나, 피조사대상 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협의체를 소집해 조사·제재 주관기관을 선정하고, 선정된 기관이 조사 및 제재를 전담하도록 합의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운영되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법제처의 ‘중복규제 법령개편 태스크포스(TF)’ 활동에 따른 것으로, 당시 정권 차원에서 중복규제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제거 노력을 반영했다.
방통위와 공정위는 가장 최근인 2020년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포함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절차를 개선해 시장 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가 단일한 통신시장을 두고 개별 정책을 추진하며 기업들이 중복규제, 과잉규제 문제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이통 3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LTE·5G 번호이동으로 인해 발생한 28조원을 담합 관련매출로 제시, 4조원대 이상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이통사는 이용자 차별 금지와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해 방통위 행정지도에 따라 시장상황반 등을 운영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규제에 따르면 시장 과열, 방통위 규제를 따르면 담합 의혹을 받는 모순적 상황임을 호소한다.
두 부처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방식과 정책을 두고도 상이한 시각을 드러낸다.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안을 추진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이용약관, 플랫폼 제공 등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방통위는 플랫폼사업자를 부가통신사 지위로 규정하고, 자율규제를 통해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의 시장을 두고 방통위와 공정위가 이와 같이 상반된 시각과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총리실이 나서 범정부 차원의 중복규제 조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기업들이 양쪽에서 규제를 받는 건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가적으로도 손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두 부처가 상호 협의하고, 규제를 진행할 때는 사안별로 단일화 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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