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부터 추진한 러시아 가전공장 임대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현재까지 유력한 임대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중단한 현지 사업이 끝을 알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러시아 가전유통사 ‘VVT그룹’을 비롯 다수 기업과 칼루가 공장 임대 협상을 했지만, 사실상 불발됐다. LG전자도 현지 전자제품 유통사 ‘DNS’와 루자 공장 임대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삼성전자 칼루가 공장은 2022년 3월, LG전자 루자 공장은 같은 해 8월 운영을 중단했다. 양사 모두 2년여간 현지 생산에 손을 놓으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인근 중앙아시아 지역 사업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유력한 임대 희망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고 국제 정세도 여전히 불투명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LG전자가 러시아 현지 사업을 중단한 이후 현지 가전 시장은 중국 기업이 빈자리를 빠르게 채웠다. 내수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가전 기업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러시아를 향한 공략이 거세다.
이같은 영향으로 러시아 현지에서도 중국의 거센 공략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는 중국 가전 기업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우려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장을 재가동하거나 임대 협상에 속도를 내줄 것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 운영 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지난달 현지 온라인 가전 유통사 홀로딜니크 집계 기준으로 중국 하이얼이 판매량 1위(19%)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위는 하이얼이 인수한 이탈리아 브랜드 캔디(13%)다. 튀르키예 인데시트와 베코가 각각 12%, 11%로 뒤를 이었다.
한편, 러시아 언론 베도모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에서 철수한 외국기업은 1503개사로 집계됐다. 영업 중단은 942개사, 영업 축소는 666개사로 나타났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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