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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LCK 생태계의 기반, 아카데미 시리즈와 트라이아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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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는 흔히 생태계에 비유된다. 가장 상위권에서 주목을 받는 국제대회와, 여기에 참가하기 위한 각 지역이나 국가별 리그가 존재하고 이 무대에 도전하는 아마추어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리그는 이 구조가 안정적인 삼각형을 이루고, 프로가 되고 싶은 아마추어 단계는 그 리그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e스포츠 초창기부터 이러한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실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이러한 관심이 리그를 만들고 하나의 가치 창출 시스템은 물론 문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최상위 리그 LCK 10개 팀이 운영하는 2부 리그인 LCK 챌린저스 리그, 그리고 아카데미 시리즈가 운영된다. 아카데미 시리즈에 참가하기 위해 오픈 토너먼트에 이어 트라이아웃도 진행된다.

올해 역시 LCK가 진행되는 롤파크에서 프로게이머 지망생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LCK 아카데미 시리즈 트라이아웃이 진행됐다. 예비 선수는 물론 옥석을 가리기 위한 각 팀 관계자의 경기 관전 및 면담이 진행되는 중에 라이엇 게임즈 LoL e스포츠 경기운영 담당 심성보 매니저와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먼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엇 게임즈 경기 운영팀 심성보라고 합니다.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LCK 아카데미 시리즈 운영이고, 경기 운영팀으로 LCK 외에 라이엇 주관 리그 업무도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에는 관련 업무도 맡아서 진행합니다. 라이엇 게임즈에 합류하기 전에는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대표팀 연락관으로 시작한 게 제 스포츠 경험의 첫 시작이고요. 이를 바탕으로 2018년 겨울 평창 동계올림픽 교육 지원팀에서도 일을 하면서 조직위원회 경험을 쌓았죠. 당시 학부생이었는데, 이르게 IOC와 피파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조직이 주최하는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때의 경험으로 대학 졸업 후인 2019년 K리그 유소년 지원팀에서 일하게 됐죠. 
 

국제 스포츠 조직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K리그에서 일을 시작하셨는데, 라이엇 게임즈에는 어떻게 합류하셨을까요
K리그에 입사하고 1년 정도 유소년 대회를 잘 운영했는데, 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시작됐죠. 프로 레벨 경기는 무관중으로라도 어떻게 진행됐지만 유소년 리그는 교육부의 지침을 따라야 했기에 전통 스포츠 종목 유소년 리그는 종목을 막론하고 모두 중단됐죠. 회사에 출근은 했지만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리그 재개 시기에 따른 계획만 짜다가 퇴근하는 게 일상이 됐죠. 석 달 정도 반복하다 보니 기존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로도 시야를 넓혀서 제가 할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대학원에 관한 생각도 있어서 석사 과정을 진행하면서 다른 산업까지 시야를 넓혀 보니 e스포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라이엇 게임즈에서 e스포츠 관련 구인 중이었고, 저도 좀 더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거리낌 없이 지원했죠.

e스포츠,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다앙한 분야가 있는데 이번에도 유소년 부분인 아카데미 시리즈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제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유소년 부분이었기도 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프로 스포츠는 1부 리그와 국제대회 성공을 위해서 존재하는 시스템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인 유소년 시스템이 잘 준비되어 있어야 흔들리지 않거든요. 제가 유소년 부분인 아카데미 시리즈를 맡으면서 기반을 잘 다지면 LCK가 지속 가능한 최고의 종목으로 남을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에는 아카데미 시리즈를 전담하는 인원이 없었지만, 제가 들어오면서 전문적으로 유소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전담하게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아카데미 시리즈 담당자로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까요
제가 전담하는 부분이니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맡았습니다. 규정집 개정은 물론 트라이아웃과 아카데미 리그의 일정 조정도 있고, 참가하는 선수의 계정 검수 및 현장 운영 총괄 등 대회 전반에 있어 모든 역할을 담당합니다. 혼자서 하기에 일이 많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는데,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많지만 1부 리그인 LCK만큼은 아니거든요. LCK는 관심도가 높고 라이브로 진행되기에 업무 하나하나의 부담이 정말 큰데, 저는 아카데미 시리즈를 담
당하기에 그나마 좀 나은 편이라 괜찮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아카데미 시리즈를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텐데, 어떤 이유와 목표가 있을까요
아카데미 시리즈는 세 가지 목표를 위해서 운영됩니다. 뛰어난 유망주의 발굴, 그리고 미래의 프로 선수 육성, 마지막으로 프로 의식 함양을 위한 철저한 소양 교육이 그것이죠.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경기 경험의 증대, 유망주의 동기 부여, 그리고 유소년의 유입으로 1부 리그인 LCK를 활성화 시키는 것입니다. 아카데미 시리즈는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목적과 세 가지 방향성을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2부 리그인 LCK 챌린저스 리그도 대부분의 일정을 관중이 있는 외부 경기장에서 진행하고, 아카데미 시리즈도 플레이오프는 관중이 있는 경기장에서 다전제로 진행합니다. LCK에서 활약할 선수들이 리그의 형태나 경기 방식에 있어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흐름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또한 트라이아웃이라는 공식적 통로를 열어서 아카데미 시리즈 오픈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프로팀 코치를 만나서 테스트를 보고,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경험을 주는 것도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장치입니다. 아카데미 시리즈 트라이아웃을 롤파크에서 하는 것도 같은 이유죠. 여기서 경기를 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이 미래에 관한 목표를 제시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거죠.

LCK에 참여하는 10개 팀 코칭스태프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합니다. LCK와 라이엇 게임즈 측에서 선수에 관해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유망주를 만날 수 있기에 선수의 경기력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합니다
아카데미 시리즈, 그리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최상위 리그인 LCK 선수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이 결국 미래의 LCK 선수거든요. LCK 선수가 지켜야 하는 여러 규칙을 하부 리그에서도 똑같이 적용해 본인이 자기 관리를 하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연습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50명의 선수 역시 이러한 기준에 맞게 선발됐습니다. 그래서 팀에서는 선수의 경기력과 성장 가능성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그리고 오픈 토너먼트를 거쳐 트라이아웃에 온 선수들 역시 본인이 어느 정도 프로 도전의 준비가 되어 있어서 대략 2~300명이 트라이아웃 참여 신청을 하면 1%인 두 명이나 세 명 정도만 계정 검수 단계에서 걸러집니다.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이 게임단 코칭스태프를 직접 볼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기회고,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요.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참가자뿐만 아니라 게임단에서도 트라이아웃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팀들의 반응도 어떨지 궁금합니다
순수하게 선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죠. 종목사에서 공인된 선수 선발 시스템이기에 경기 내적인 부분 외에 있어서는 팀에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다만 참가 선수의 평균 연령이 조금 오르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라인별로 10명씩 50명을 선발해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는데, 참가 인원을 늘려서 팀 게임이 아니라 솔로 랭크 게임이라도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팀들의 필요에 맞춰 좋은 선수 선발에 도움이 되고자 항상 고민 중입니다.
 

담당자로서 오픈 토너먼트와 트라이아웃, 아카데미 시리즈에 이어 챌린저스 리그에서 활동한 선수들이 LCK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남다른 기분이 들 거 같네요. 특히 최근 챌린저스 리그에서 LCK 무대로 콜업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그렇죠. 올해 대표적인 선수인 루시드와 퍼팩트의 경기도 다 지켜봤습니다. 제가 합류하고 콜업이 된 선수를 경기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이죠. LCK 경기에서 콜업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고 POG가 되고 플레이오프에 이어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유망주 육성 담당자가 꿈꾸는 순간입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본 선수가 2군과 1군에 이어 국제대회 무대에 올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보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하죠.

아마추어 시절부터 선수들이 프로 선수가 될 때의 경험을 미리 시켜주면서 성장시키는 것이 리그 방향성이라고 하셨는데, 팬의 관심만큼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 시리즈에도 관심을 주시면 감사하지만, 저는 지금 챌린저스 리그에 쏟아지는 관심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력이나 스타성에서 1부인 LCK에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선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기존 스포츠는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이미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면서 우리 팀은 어떤 선수가 성장 중이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카데미 시리즈부터 챌린저스 리그를 보시는 것도 또다른 리그 관전의 재미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아마 여기까지 인터뷰를 읽고 사진을 보신 분이라면 궁금한 점이 생겼을 거 같습니다. 혹시 부업으로 동전 던지기도 하시나요
동전 던지기도 하고, 둘둘 말린 종이를 펴는 일도 부업으로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같은 분이 맞는가 했는데, 평소에는 표정이 풍부하고 웃음도 많은 분인데 작년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평소에는 저도 감정도 많고 긴장도 하는데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긴장을 안 하더라고요. 무대에서도 표정을 안 드러내는데 제가 모든 운영진과 심판을 대표해서 무대에 올라가니까 철저하게 제3자의 중립적인 입장에서 각 팀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었습니다. 심판복을 입고 관중과 시청자 앞에서 조추첨을 위해 올라갔기에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강했어요. 기존 스포츠 영역에 있었고 팬이었기에 추첨 순간의 많은 감정을 알고 있으니 최대한 조심히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을 하고 내려온다는 책임감에 표정 없이 추첨을 하고 내려올 수 있었죠. 그리고 추첨 리허설을 정말 많이 해서 온갖 시나리오를 다 봤기에 어떤 시나리오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았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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