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대로 18일 범 의료계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는 집단휴진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 의사들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사전에 파악된 휴진 신고율이 4% 수준이지만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의사들의 일방적인 진료취소 행위가 있을 시 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전국 3만6000여개 의료기관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했다.
정부는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경우 현장 점검과 채증을 거쳐 의료법에 따른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겉으로는 자율참여라고 하면서 불법 집단 진료 거부를 종용하는 SNS 게시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해 강력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의협 집단행동 투표에서 회원 약 11만명 중 5만여명이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휴진 참여 의사를 밝힌 병·의원은 전체의 4% 수준이다. 서울에선 2% 미만으로 집계돼 실제 휴진 인원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의협은 사전 휴진 신고가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휴진이 훨씬 많을 것이라 내다봤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의협 집단 행동에 유감을 표했다.
조 장관은 “의협이 국민 건강증진과 보건 향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단체임에도 불법 집단행동을 기획하고 의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면서 “법률이 정한 단체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될 뿐 아니라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의협을 향해 해체까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등 공공복리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부분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의료업도 무제한 자유가 허용될 수 없다”면서 “의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로,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불법적 상황이 계속 확산돼 큰 불편을 주면 의협에 대해 임원 변경까지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협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4일에는 의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 명령서를 송부했고, 전날에는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집단행동 주도 등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의협 임원 변경, 법인 해산까지 가능하다고 압박했다.
전 실장은 “의사 면허제도를 통해 공급을 제한하고 독점적인 권한을 보장하는 등 혜택이 주어진 만큼, 의사는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직업적·윤리적 책무와 의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복귀 전공의에게 각종 행정 명령 등을 철회하기로 한 상황에서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 휴진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실장은 “복귀하는 전공의를 관대하게 포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들의 비판을 감수하고 행정처분 절차 중단 등을 결정했다”면서 “하지만 의사 단체는 새로운 요구를 하며, 또다시 집단 진료거부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전날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집단행동만큼은 피하기 위해, 지난 16일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 소급 취소 등 3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끝내 의료계의 진심을 외면하고 무참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폭정을 막을 방법은 단체 행동 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사 확대를 두고 의협은 경찰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의료 붕괴 사태를 막겠다고 나온 의사들에게 협박하면 의사들이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가”라며 “경찰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정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개원의는 “정부에서 문닫지 말라는 여러 명령서가 송부돼 왔다”면서 “심정적으로는 의협에 동참해 병원 문을 닫고 싶었는데, 의협과 정부가 정책 제안이 아닌 감정 싸움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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