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4법이 여름 정국 뇌관으로 떠올랐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규정한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돼 법안 심사에 들어가면서 여야 대치 국면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방통위가 방송과 통신 관련 갈등 현안을 해결할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3+1법, 향방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야당 소속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이른바 ‘방송3+1법’을 상정했다.
앞서 방송3법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방송3법을 재발의했고, 13일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다.
법률 개정안은 관례상 15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상정할 수 있지만, 야당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숙려 기간을 생략하고 곧바로 심의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후 방송3법은 소위 및 전체회의 의결을 거친 뒤 본회의로 회부된다. 본회의로 부의된 법안이 상정되려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상정되면 표결이 가능하다. 이후 윤 대통령이 한 차례 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등에 대해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과방위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통위원장, 과기정통부 1·2차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에게 현안질의를 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다. 또 21일에는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김홍일 방통위원장, 조성은 사무처장, 이헌 방송정책국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야 평행선…방송·통신 현안도 ‘멈춤’
여야는 방송3+1법 관련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 권력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변경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 끝에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상황이다.
다만 방통위 위원 5명 중 3명이 공석 상태인 2인 체제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국회 과방위 중심으로 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안팎에서는 주요 방송·통신 현안이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오는 8월로 다가오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진 임기 만료 후 이사 선임 문제가 있다. 통상 임기에 맞춰 이사 선임이 이뤄져 왔으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이사들이 계속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동안 기존 체제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미디어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규제하는 통합미디어법을 제정한다고 약속한 바 있고 유료방송 업계 숙원인 콘텐츠사용료 대가산정 제도 개선도 숙제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통신사 판매장려금 담합 문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관련 과징금 부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요금 인상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K정보통신기술(ICT) 미래가 여야 어느 쪽이 정권 잡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방송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금 정치는 없고 정쟁만 남은 가운데 방송·통신 현안 해결을 못하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