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 제조원가 대비 전기료 산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고에너지 부담에 중소기업 경비가 급증하면서 납품(하도급)대금 연동제 입법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대금 연동제 경비에 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2024년 제1차 납품대금제값받기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에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는 전기료, 가스비 등 에너지 비용도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할 경우 납품대금 연동대상에 포함되도록 입법 보완을 건의하기로 했다. 산업용 전기료(전력량 요금 등)가 최근 2년간(2021년 1월~2023년 1월) 38.9%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83.8%는 인상된 전기료를 납품대금에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현행 납품대금 연동제가 납품대금 10% 이상 차지하는 원재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노무비·경비 비중이 높은 수리, 가공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납품대금 연동제 활용이 불가하다. 제조원가 대비 전기료 비중이 높은 뿌리 중소기업(열처리, 주물 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현장 의견도 반영했다.
류인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열처리, 금형 등 뿌리산업은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는데도 원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연동제 적용이 제외된다”면서 “연동제 대상에 전기료 등 에너지비용을 포함하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국가통계에 자체조사를 병행해 중소기업들의 현실적인 전기료 부담을 산출하기로 했다. 현행 국가통계상 분류체계가 부적절해 중소기업 전기료 부담이 낮게 반영돼 있다. 현재 국가승인통계상 중소기업 제조원가 대비 전기료 비중은 5% 미만으로 낮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현행 국가승인통계상 중소기업 제조원가 대비 전기료 비중을 산출할 때 분류상 대기업 등 여러 업종과 산업이 묶이면서 실제 수치가 낮아진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면서 “중앙회 자체적으로 열처리 금형 등 뿌리산업 일부 통계를 산출한 결과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 이상 전기료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나와 별도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입법 보완 외에도 불공정거래로 부과한 과징금을 재원으로 피해기업 지원기금을 마련해 피해기업 법률자문, 소송 지원,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으로 활용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부당특약 등 불공정거래행위 유발 시 대기업이 내는 과징금이 전액 국고로 귀속돼 중소기업이 이를 받기 위해서 민사 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에 반영 또는 ‘하도급거래공정화기금’을 신설해 불공정거래로 인해 수취된 과징금을 피해기업 지원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했다.
김남근 의원은 “납품대금 연동제 실효성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계와 함께 입법방안을 연구했던 만큼 앞으로도 중소기업계와 적극 소통하며 연동제 현장 안착은 물론 기업 간 공정거래환경 구축과 상생협력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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