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 4일 콤팩트 전기 SUV EV3의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사전 계약에 돌입했다. 기아 EV3는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내놓은 콤팩트 전기 SUV로 EV6와 EV9에 이어 자사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501킬로미터(㎞)이며 높은 상품성, 합리적인 가격이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EV3는 사전 계약 시작 1주일 만에 6000대를 돌파했다. 이 같은 수치는 공개 당시 밝혔던 국내 연간 판매 목표를 웃도는 수준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5월 23일 EV3 공개 현장에서 “국내 연간 판매량은 2만5000대에서 3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사장이 공개한 연간 판매량을 3만대로 가정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월 2500대를 팔아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EV3는 1주일만에 두달 치 판매 목표를 넘긴 셈이다. 이러한 흐름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EV3의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간 걸림돌로 작용했던 높은 가격과 501㎞의 1회 충전주행가능거리가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것이다.
기아는 EV3의 가격을 스탠다드 모델 기준 4028만원으로 책정했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3000만원 초중반 대에 구입할 수 있다. EV3로 인해 3000만원 대 전기차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V3의 사전 계약 대수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V3가 기록한 사전 계약 대수가 수치적으로는 높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앞서 공개했던 다른 전기차에 비해서는 다소 낮다”고 밝히며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 5는 계약 첫날에만 2만2760대가 계약됐다. 기아 첫 번째 전용 전기차 EV6 역시 2만1016대가 계약된 것으로 알렸다.
앞서 선보였던 EV9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전 계약 8일 만에 1만대를 넘기기도 했다. 월 평균 판매 대수 100대를 밑돌고 있는 기아 니로 플러스 역시 12일 동안 8000대가 계약됐다.
경기 침체 역시 EV3 흥행의 걸림돌로 꼽았다. 이전과 달리 높은 금리 등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됐지만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깨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의 의견도 갈리는 편이다. EV3의 높은 상품성과 긴 주행가능거리, 합리적인 가격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좋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반대로 소형 SUV라는 감안하면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얼어붙은 전기차 시장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저렴한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KGM 모빌리티는 과거 코란도 이모션의 상품성을 높이고 네이밍을 변경한 코란도 EV를 전기차 라인업에 추가했다. 코란도 EV는 E3 기준 4028만원으로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최대 2000만원대로도 구입 가능하다. 이는 국내 SUV 전기차 중 가장 낮은 가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EV3와 같은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는 계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다”며 “배터리 원가가 저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3000만원대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전 세계적으로 3000만원대 전기차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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